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의 불법 도청 진상을 조사해온 레비슨 위원회가 언론 윤리를 회복하기 위해 규제 기관을 법제화할 것을 권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언론 자유 침해"라며 반대하자 도청 피해자들이 반발했고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과 야당인 노동당은 입법을 강력히 촉구했다.
레비슨 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조사의 최종 보고서를 29일 발표하고 "영국 언론계에 자율 규제 기관을 설립하도록 하고 독립적 운영을 법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장인 브라이언 레비슨 판사는 "수십년 간 언론이 책임을 무시하고 선정성을 강화해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기관은 ▦언론인이나 정치인이 아닌 외부 인사로 구성되며 ▦언론 보도 준칙을 협의하고 ▦이를 위반한 언론사에 최대 100만파운드의 벌금 부과와 사과·정정문 게시 명령 권한을 갖는다.
캐머런 총리는 이에 "정치인이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것은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자민당 당수인 닉 클레그 부총리는 "안정되고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서는 법제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며 지지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도 "지난 20년간 영국 언론은 충분히 경고를 받아 왔다"며 정부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정당간 회의를 열고 문화미디어스포츠부에 입법 초안 작성을 요청할 것에 합의했다.
도청 피해자들이 "총리가 우리를 배신했다"며 반발하면서 여론도 들끓고 있다. 한 피해자 모임은 "몇 년간 언론 권력 남용을 겪어놓고도 아직도 언론인을 믿는 캐머런 자신부터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불법 도청 파문으로 폐간한 뉴스인터내셔널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레비슨 위원회 보고서도 이를 지적하며 정치인과 언론인의 건강한 관계 회복을 주문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일제히 캐머런을 편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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