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발표 예정이었던 검찰의 자체 개혁안이 한상대(53) 총장의 전격 사퇴로 사실상 봉인됐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개혁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어 검찰 개혁은 금세 수면 위로 재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검찰 개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첫째, 검찰 권력의 축소와 분산 방안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주재자 위치에 있고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검찰이 기소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반대로 기소해야 할 사건을 자의적으로 덮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PD수첩 제작진, 정연주 전 KBS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등을 기소한 것이 대표적 예다.
현재로선 검찰의 기소 권한을 국민이 일정 부분 맡아 결정하는 기소배심제(대배심제)가 대안으로 꼽힌다. 검찰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명분이 충분한데다, 검찰 안팎에서 논의돼온 제도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1차 수사기관인 경찰에 일반 형사사건 종결권을 넘겨주는 대신 지휘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검찰에 대한 내ㆍ외부의 견제 장치 마련이다. 최근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전모(30) 검사 사건은 검찰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다. 자정능력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본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 감찰제도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상설특검제 도입도 당연히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공수처와 상설특검은 막대한 검찰 권한의 분산이라는 측면, 수사 대상에 검사를 포함시킴으로써 검사의 비위를 감시한다는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각각 공수처 신설, 상설특검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은 대선 이후 자연스럽게 논의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법무법인 양재의 최병모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 간의 견제 시스템을 만들거나 복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에 검찰이 최악의 위기에 몰린 것도 그동안 국민이 아닌 정권의 편에 서 있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높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 등을 '봐주기' 식으로 수사했다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자체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검찰'을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과 권력 사이에 차단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검찰에 대한 국회의 직접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을 요직에 포진시켜 검찰을 장악해온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 측근인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직행시키는 등의 파행 인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를 완전히 문민화시키는 등 검찰이 독립된 외청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검찰총장이 국회에 직접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검찰총장은 수사에서 정치적 외압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회 출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평검사 인사부터 능력에 따라 공정한 자체 시스템에 따라 실시한다면 '윗선 눈치보기 수사'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윤리와 양심에 따라 소신껏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성택기자 higj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