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29일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옵서버 국가 지위를 얻었다.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에서 국가 자격을 인정받으면서 중동 평화 정착의 관건인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엔 총회는 이날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로 팔레스타인을 옵서버 단체에서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총회 표결권은 없지만 유엔 산하 등 국제기구의 회원국이 될 수 있는 지위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아일랜드 일본 뉴질랜드 등이 찬성표를,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등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한국 독일 영국은 기권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표결에 앞선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을 “인종차별주의이자 식민주의”라고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국가에 출생증명서를 발급해달라”고 호소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총회장인 유엔본부 바닥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펼쳐졌고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의 중앙광장에서는 “신은 위대하다”는 환호성과 함께 축포가 울렸다.
분열을 겪던 팔레스타인 정파들도 국가 지위 획득을 계기로 통합 행보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팔레스타인의 모든 세력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선거에 동참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압바스가 이끄는 PLO 및 PLO의 최대 정파 파타(서안지구 통치세력)와 갈등 관계에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무의미한 투표”라고 깎아 내리고 압바스의 연설을 “중상모략과 원한에 가득 찬 흑색선전”이라고 맹비난했다. 외신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위 격상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강경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유감스럽고 비생산적인 결정이며 평화를 향한 도정에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팔레스타인이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의 점령 행위를 문제삼을 수 있는 무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국 주민의 피점령지 이주를 금지한 제네바협약의 위반으로 지적 받는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을 팔레스타인이 국제사법재판소(ICC)에 제소할 경우 이스라엘이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착촌 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2007년 시작된 평화협상이 2010년 중단된 원인으로도 꼽힌다. NYT는 아랍의 봄 국면에 가렸던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된 점도 팔레스타인의 소득으로 꼽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ICC 제소를 강행할 경우 이스라엘 및 미국의 거부로 평화협상 재개가 요원해질 수 있다. 당장 린지 그레엄(공화당), 찰스 슈머(민주당) 등 미국 초당파 상원의원 그룹은 “옵서버 국가 지위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데 사용한다면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PLO의 워싱턴 사무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도적 지지가 하마스 식 무장투쟁보다 압바스의 협상 노선에 대한 선호를 뜻한다는 점도 팔레스타인 정부에 부담이다. NYT는 “팔레스타인이 협상 재개를 목표로 타협과 대립의 양동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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