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슴으로 야구 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슴으로 야구 했다"

입력
2012.11.30 12:37
0 0

결정하기까지 힘들었지만꿈을 위해 새 길 선택또 다른 시작 축하받고 싶어미국서 야구행정·경영공부할 것"절망을 딛고 이룬 124번째 승리첫 승보다 더 기뻤다후배들 철학 있는 선수로자라길

종착역에 선 '코리안 특급' 박찬호(39)는 눈물을 쏟았다. 19년 간 정들었던 유니폼을 바라보며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선수 생활을 끝내는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박찬호는 "끝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축하 받고 싶다"며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고 힘들었다. 하지만 꿈을 위해 새 길을 가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전날 구단을 통해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장성호, 김태균, 안승민 등 절친한 후배들에게는 일일이 문자를 보냈고 노재덕 한화 단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찬호는 여전히 140㎞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야구 행정가의 꿈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박찬호는 "오래 전부터 야구 행정과 경영에 관심이 있었다. 또 사회와 야구의 관계, 미국과 한국 야구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유소년에게 꿈을 심어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회의 의미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팀에 소속될 생각은 없다. 메이저리그에 오래 몸담으며 미국의 야구 산업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한국 구단들도 그렇게 할 날이 올 것이다.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날 현역 생활을 회상하며 몇 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테이블 앞에는 그 동안 입었던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13벌의 유니폼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박찬호는 일일이 구단과 얽힌 추억들을 꺼내놓으면서 감정에 북받쳤다.

박찬호는 "유니폼 하나하나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지금 보고 있으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며 "여러 번 힘든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면서 1승씩 채워 나가 기쁨과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망을 딛고 다시 도전해서 이뤘기 때문에 첫 승리 보다는 124승이 더 기뻤다"며 "더 의미 있는 것은 국가대표로서 한국 선수들과 뛰면서 값진 승리들을 거둔 것이다"고 눈물을 쏟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박찬호는 약 30년 간 야구 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박찬호 자신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한 시골뜨기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게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고 했지만, 피땀 흘린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찬호는 "야구는 내게 학교였다.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시간보다 야구하는 시간이 많았고 책으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 얻었다"며 "많은 실패와 시련을 겪으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야구하는 법을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진정한 사랑을 배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찬호는 "팬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전 팬들 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을 찾겠다"며 "후배 선수들은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 같은데 사회의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개인의 철학이 있는 선수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