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표 백승호(22ㆍ건국대)가 마라톤 사관학교 생도생에서 어엿한 지휘관으로 발돋움 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백승호가 최전방 전선에서 지휘할 상대는 바로 '자신'이고 반드시 꺾어야 할 '적'은 한국 마라톤 기록이다. 내년 2월 건국대 졸업예정인 백승호는 최근 삼성전자 육상단 입단이 확정된 이후 4년 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10년 이상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남자마라톤 기록 경신을 꼽았다. 그 다음으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들었다. 백승호는 "올림픽 출전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백승호의 마라톤 첫 경험은 지난해 12월이다. 일본 요미우리 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에 첫 도전해 2시간15분20초를 기록했다. 데뷔전에서 4위를 기록한 그는 마라톤은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하프코스와 1만m, 5,000m를 섭렵한 백승호 정도라면 2시간9분대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백승호는 5,000m 한국기록(13분42초98)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 마라톤 흐름이 중장거리에서 스피드를 확실히 끌어올린 뒤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에 비춰보면 백승호는 가장 모범적인 마라토너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황규훈 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겸 삼성전자 감독은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백)승호가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며 "일단 2시간9분대가 목표"라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그러나 "국내 마라토너중 스피드만큼은 승호를 따라올 선수가 없지만 유연성과 지구력이 다소 떨어지는 게 흠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57회 경부역전마라톤 5개소구간을 모두 휩쓸고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백승호는 이번 58회 대회에서도 예의 거침없는 질주본능을 뽐냈다. 30일 현재 4개소구간을 모두 1위로 통과한 그는 뚜렷한 경쟁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페이스를 선보였다. 백승호는 "1주일전 일본 지바에서 열린 국제역전마라톤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기록을 내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는데 경부역전마라톤에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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