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일부 대형 은행들이 국민의 혈세를 끌어다가 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큰 논쟁을 촉발했다.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또다시 반성 없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곧 금융부문의 지불 능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는 논리로 황당한 보너스 지급은 정당화되어 버렸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공공정책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연구해 온 영국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는 (원제 the Strange Non-Death of Neoliberalism)에서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 특히 거대 금융기업들이 어떻게 제동 없이 '대마불사'의 논리를 펼칠 수 있었는지 자유주의, 케인스주의, 사회민주주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는 정치 경제의 역사를 보여주며 더욱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된 그들의 실체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대형 은행 등 파산 선고 이후 더 강력해진 기업을 제3세력으로 명명하며 이들을 권력자로 옹립한 신자유주의를 고발한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하도급을 주며 기업이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여하는 경향이 커지는 작금의 상황에 강한 우려를 보낸다. 책은 우선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살피며 '국가와 시장의 대립' 구도로 발현하는 신자유주의 논쟁이 한참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애초부터 순수시장은 작동할 수 없으며, 진입장벽을 높여 놓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완전경쟁이 왜곡되고 무력해지는 데 일조한 이들 세력 뒤에는 사적 권력을 용인한 공모자 국가가 존재한다며 공기업 민영화의 불편한 진실 등을 밝힌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야 말로 사유화된 케인스주의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민주주의를 텅 빈 껍데기로 몰아가는 제3세력의 위험에 경고를 표하며 찾은 돌파구는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 즉 제4세력이다. 책은 시민의 각성을 요구하며 "어떻게 해서 신자유주의가 금융부문 붕괴 이후 더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임무를 대신한다.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요즘 대선 정국의 가장 뜨거운 유행어가 된 경제민주화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밝힌 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재벌 타파를 외쳐 온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벌 옹호론자로 찍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유력 경제학자인 그의 발언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박정희 체제의 유산에 대한 평가에 있어 긍정적인 장 교수 그룹이 자본과 노동의 계급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한 탓에 중요 경제 이슈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 교수와 뜻을 같이 하는 그룹이 노동 세력의 주적을 금융자본으로 겨냥하면서 신자유주의 지배 세력에서 재벌을 제외시켰다는 점을 근본문제로 지적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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