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만취해 비틀거리는 청춘도, 귀를 찢는 시끄러운 음악도, 즉석만남을 위한 '부킹'도 없다. 대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고급 음식, 세련되고 경쾌한 음악이 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20~30세대 실속파 직장인들에게 '라운지 바'가 인기를 끌고있다. 호텔, 클럽에서 안락의자 등을 갖춰 편히 쉴 수 있는 개념의 라운지(Lounge)에서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른바 '즉석만남'이 성행하는 나이트클럽, 사람들로 가득찬 호프집과 달리 술과 음악, 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여성 직장인들이 선호한다. 격렬한 춤과 음악이 있는 나이트클럽보다는 여유롭고, 기존 바 보다는 흥겨운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2년전쯤부터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시작된 라운지 바는 압구정동, 홍대앞 등 유행에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그 숫자가 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유럽풍의 트렌드가 반영돼 라운지 바 문화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라운지 바가 밀집한 대표 지역은 역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뒷골목. 거리 양쪽에 늘어선 5~6개의 라운지 바를 포함해 이태원 일대에만 20여개가 성업 중이다.
최근 가장 '핫'한 곳으로 주목 받는 G라운지 바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앤티크 가구, 대리석 테이블 등으로 내부가 장식돼 있다. 젊은 남녀들은 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거나, 소파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맥주병을 들고 돌아다니며 가볍게 리듬을 타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퓨전 일식, 이탈리안 피자와 파스타 등 단순한 술안주가 아닌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들이 가게 특성에 따라 제공된다. 칵테일은 1만~1만2,000원, 요리는 1만~3만원, 양주는 20만원 안팎의 가격이다.
직장인 조한나(30)씨는 "라운지 바는 트렌디하고 남자들이 치근대는 분위기가 없다. 요리도 호텔 수준이어서 자주 방문 한다"며 "홍대 앞은 어린 친구들이 너무 많고, 강남은 '빛 좋은 개살구'란 느낌인데 반해 이태원 라운지 바는 오히려 실속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라운지 바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근씨는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음악에도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해 독일쪽 딥 하우스와 미니멀 하우스 음악으로 무게감을 줬다"며 "외국에서 인기 있는 컨셉트였던 라운지 바가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이태원의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정유안(홍익대 4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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