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53ㆍ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과 최재경(50ㆍ사법연수원 17기) 대검 중수부장은 재임 기간 대부분 기관장과 참모로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 중수부장은 대체로 결정권자인 총장의 뜻이 확고하면 결국은 따르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두 사람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먼저 저축은행에서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받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 한 총장은 "구속영장을 칠 것"을 지시했지만, 최 중수부장은 "현역 야당 원내대표를 구속할 만한 혐의 액수나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결국 박 원내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비리 조사를 위한 특임검사 지명을 놓고도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한 총장은 특임검사를 통한 직접 수사를 지시했지만, 최 중수부장은 '경찰 사건 가로채기' 논란을 감안해 막판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151억원 상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를 받은 LIG그룹 오너 일가 3부자에 대한 사법처리, 600억원대 회사자금 횡령 혐의를 받은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구형량을 놓고도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충돌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고려대 출신 MB맨인 한 총장과 검찰 TK 인맥을 대표하는 최 중수부장이 각각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을 대신해 검찰의 위기 국면에서 사생결단의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출생으로 보성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한 총장은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히며 MB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거쳐 검찰총장에 올랐다. 경남 산청 출생으로 대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최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친 '특수통'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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