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인사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그룹을 대표하는 부회장 2명을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면서, 5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을 그룹 실무사령탑에 앉혔다. '인화(人和)'를 강조해온 LG그룹 인사에선 전례 없는 '칼날'인사로, 앞으로 매섭고 공격적인 경영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
29일 단행된 LG그룹 인사에서 최대 하이라이트는 구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강유식 ㈜LG부회장과, 그룹 내 최장수 CEO였던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의 퇴진. 강 부회장은 LG경영개발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떼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강 부회장은 1999년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으로 발탁된 이래 13년째 그룹 2인자 역할을 해오며, 기업 구조조정과 구씨(LG그룹)와 허씨(GS그룹) 및 LS그룹의 분가, 지주회사 설립 등 굵직한 작업을 맡아왔다. 재계에선 "삼성의 이학수, LG의 강유식"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 때문에 그의 퇴진은 세대 교체와 공격적 경영체질 구축, 철저한 신상필벌 등 구 회장 경영스타일의 획기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게 LG주변의 평가다.
김 부회장은 2001년부터 무려 11년 간이나 대표이사를 맡아왔고, 올해 경영실적도 비교적 괜찮았지만 지난 8월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청주공장 폭발사고가 그룹 이미지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감안, 퇴진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 바로 아래에서 그룹업무를 총괄하는 강 부회장의 자리는 조준호(53) 사장이 맡는다. 조 사장은 올해까지 강 부회장과 함께 ㈜LG의 공동대표를 맡았는데, 지난해부터 사실상 업무인계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50대 초반의 조 사장이 실무사령탑을 맡게 된 것도 파격적인 대목"이라며 "조용하고 보수적인 LG의 경영문화가 좀 더 공격적이고 실적위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단행된 LG전자 인사에서 고졸의 조성진 사장이 발탁된 것 또한 '실적과 시장선도능력만으로 평가한다'는 구 회장의 인사방침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한편 김 부회장이 물러난 LG화학 대표이사에는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이 임명됐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인 한상범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LG하우시스 대표에는 오장수 부사장이 선임됐다.
LG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는 투자와 제품개발, 성과에 입각한 보상원칙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