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27ㆍ울산)가 아시아 축구의 최고 별로 우뚝 솟았다.
이근호는 29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트 호텔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어워드 시상식에서 알리 카리미(이란), 정즈(중국)를 제치고 올해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MVP)로 뽑혔다. 이근호는 AFC가 MVP 배점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3골)과 2012 AFC 챔피언스리그(4골 7도움)에서 맹활약해 유력한 후보로 꼽혔고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진감래'의 순간이었다. 굴곡 많았던 인생 역정 끝에 이근호는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기념비를 세웠다. 1994년 AFC가 시상식을 공식 주관한 이후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한국 선수는 이근호가 처음이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KFA) 사무총장이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아시아 최고 선수를 3연패했지만 AFC는 이를 공인하지 않고 있다.
이근호는 실력을 인정 받을 때까지 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2004년 인천에 입단했지만 2006년까지 2군에 머물렀다. 2006년 11월 창원에서 열린 일본과의 올림픽 대표팀 친선 경기(21세 이하)가 전환점이 됐다. 핌 베어벡 감독은 저돌적이고 파괴력 있는 이근호를 중용했다.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올림픽 대표팀과 A대표팀에서 득점포가 펑펑 터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박주영(셀타 비고)과 부동의 투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그러나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불운이 찾아 들었다. 최종 예선 통과 후 슬럼프에 빠졌고, 본선 엔트리 경쟁의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지만 이근호는 다시 일어섰다. '조광래호'출범과 함께 태극 마크를 다시 단 그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올해 활약을 그야말로 눈부셨다.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2-0)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대표팀과 소속 팀에서 모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폈다.
이근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내가 이상을 받아도 될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얼떨떨하다. AFC 챔피언스리그 MVP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한 것 이상으로 평가를 받는 운 좋은 해인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활동량이 많고 강하고 빠른, 눈에 들어오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과거보다 여유로워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올 한 해 스스로의 활약을 자평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근호는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 계획했던 일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 군 복무를 마치고 유럽 무대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최소 35세까지는 그라운드를 지키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런던올림픽 대표팀은 올해의 대표팀,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울산은 올해의 클럽에 뽑혔다. 울산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김호곤 감독은 홍명보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최고 지도자로 뽑혔고, 김경민(32) 심판은 올해의 여성 부심상을 받았다.
쿠알라룸푸르=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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