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발사가 취소됐다. 최종 자동점검이 진행되던 중 발사 16분52초를 남기고 상단로켓 추력벡터장치의 신호이상이 빚어진 결과다. 손꼽아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다려온 국민들의 실망은 피하기 어렵다. 반면 발사 성패에 관계없이 3차 발사로 러시아와의 계약이 끝난다는 점에서 발사 후 고장이나 오작동으로 나로호를 몽땅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릴 만하다.
추력벡터장치는 한국측이 제작한 상단로켓의 고체연료 연소가스의 분출 방향과 힘을 조절하는 핵심장치다. 2009년 8월의 1차 발사 당시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예정된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지 못하고 추락했지만 상단로켓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이날 발사 중단으로 연내 발사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한국 기술진의 노력만으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원인제거와 재발사를 기대한다. 항공우주연구소 기술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그 동안 흘린 땀에 더해 내년에 이뤄질 3차 발사만큼은 완벽한 성공을 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주발사체의 발사 중단이나 연기는 결코 드문 예가 아니다. 인도는 2001년 3월 발사 1초 전에 액체엔진 추력장치의 오작동이 감지돼 로켓발사를 중단했다. 더욱이 발사 중단이나 연기가 최종 발사 실패를 예고하는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아리안5호는 2006년 지상장비 이상 등의 이유로 모두 세 차례나 발사가 연기됐지만 네 번째 시도에서 멋지게 성공한 바 있다. 나로호도 1차 발사 당시 시험장비 소프트웨어 이상 등으로 세 차례 연기됐고, 2010년 2차 발사 때는 발사대 옆 소방시설에서 소화용액이 분출하는 바람에 하루 연기됐다.
나로호는 총 15만여 개의 하드웨어와 이를 점검하고 제어하는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어느 한 곳의 미세한 이상만으로도 발사 중지나 연기를 부른다. 따라서 이번 발사 취소에 낙담하기보다 멋진 발사 성공을 위한 마지막 시련으로 여기고, 기술진과 국민 모두 다시 우주를 향한 꿈에 매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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