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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협치(協治)'의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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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협치(協治)'의 대통령이 필요하다

입력
2012.11.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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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의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내년에도 불황이 예상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승진 잔치 대신 임원 축소 등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동안 뜸했던 구조조정이 '희망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가던 대기업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사실 구조조정 말만 들어도 상처가 덧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고용 불안이 일상화하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국가와 대기업은 잘 나가는 데, 왜 내 삶은 더 피폐해졌느냐"는 국민의 항변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보통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 문제가 그 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결국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로 풀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해결이 녹록치 않다. 워낙 구조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이어서 단시일 내 성과는 언감생심이다. 우선 양극화 문제를 보자. '1대 99'로 상징되듯 자본주의 체제 위기론까지 불러일으키는 주범이지만 원인을 따져보면 시대 조류와 맞물려 있다.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등 첨단산업 발달로 산업구조가 고도화하고, 지식기반사회가 진전되면서 지식ㆍ교육의 격차는 계층 간 소득격차를 확대해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만 겪는 문제도 아니다.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를 규제하고 영세상인을 보호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로 글로벌 시대의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자리 창출은 어떤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구호는 98년 DJ 정부 출범 때부터 들어온 구호다. 하지만 여전히 수출이 증가하고 성장률이 올라가도 예전처럼 고용이 함께 증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성장률 3% 달성도 버거운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런 민생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비책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다루는 방식, 일하는 스타일이라도 확 바꿔야 한다. 이것이 난제를 푸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씨가 출마선언문에서 언급하고, 박 후보가 정부 3.0 구상 공약에서 밝힌 '협치(協治)'에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협치란 일방적 통치와 달리 민과 관이 대등하게 협력해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인데, 정치 권력과 국민들이 협업 신뢰 개방을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공적 기구를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IT기술 발달과 소셜미디어의 출현도 협치를 가능케 하는 배경이다.

박근혜 후보는 "(정보)공개 공유 협력 소통이 새정부 운영의 핵심 원리가 돼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의 협업과 협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협치보다는 투명한 행정공개를 통해 국민 신뢰를 받는 정부 구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과 늘 소통하는 정치, 시민들과 동행하는 정치"등 소통을 특히 강조하면서도 협치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협치는 스마트폰 3,000만대 보유 시대, 정당정치가 제대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시대에, 행정부를 이끌어가는 원리를 넘어 국정 운영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이 국회는 물론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선언하고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국정을 운영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후보의 정책 공약에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더 협치를 잘 할 인물인지도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집권 후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 어렵다면, 협치의 제도화 및 관행 정착을 통해 국민을 국정 운영의 확실한 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5년마다 반복되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환멸'의 사이클을 누그러뜨리는 길 아닐까.

박진용 산업부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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