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독점권을 가진 1,800여명의 검사를 총지휘하는 검찰총장 자리는 그 막강한 권력만큼이나 부침도 심했다. 1988년 검찰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38대 한상대 현 총장을 제외하고 임기를 모두 채운 총장은 16명 중 6명에 불과하다. 한 총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진다면 한 총장은 사상 11번째 중도 사퇴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중도 사퇴한 검찰총장은 24대 김두희 전 총장을 시작으로 25대 박종철, 27대 김기수, 28대 김태정, 30대 신승남, 31대 이명재, 32대 김각영, 34대 김종빈, 36대 임채진, 37대 김준규 전 총장 등이다. 임기를 채운 인물은 22대 김기춘, 23대 정구영, 26대 김도언, 29대 박순용, 33대 송광수, 35대 정상명 전 총장이다.
중도 사퇴한 이들 가운데 법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사임한 김두희, 김태정 전 총장을 제외한 8명은 논란이 됐던 검찰 수사에 책임을 지거나, 정치적 외풍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종철 전 총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을 빚다 취임 6개월 만인 1993년 9월 총장직을 내놓았다. 김기수 전 총장은 한보 사건 수사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것과 관련해 1997년 8월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승남 전 총장은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2002년 1월 옷을 벗었고, 신 총장 후임으로 재야 법조에서 발탁됐던 이명재 전 총장은 2002년 10월 발생한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다음달 물러났다.
김각영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에 불신을 표명하자 즉시 사직했다. 김종빈 전 총장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면서 참여정부와 갈등을 빚던 중, 헌정 사상 최초로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자 이에 반발해 취임 6개월 만인 2005년 10월 옷을 벗었다.
임채진 전 총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촉발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2009년 6월 물러났다. 한 총장의 전임인 김준규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내외부의 반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 만료를 불과 46일 남기고 사퇴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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