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중동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공을 잡았다. 공주중학교 3학년 때는 포지션을 투수로 바꿨고, 금새 공이 가장 빠른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사실 제구가 그리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한양대 시절 시속 150㎞가 넘는 직구를 손쉽게 뿌렸지만 변화구 제구력은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LA다저스는 120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기며 한국의 유망주 투수를 영입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9ㆍ한화)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한화는 29일 "박찬호가 오늘 오후 은퇴 의사를 전달해 왔다"면서 "구단은 박찬호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양대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간 박찬호는 17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과 일본 무대 경험, 올해 한화에서 보인 투혼을 뒤로 하고 19년 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전날까지 은퇴와 선수 생활 연장을 놓고 고민했다. 초등학교 시절을 포함해 약 30년 간 누볐던 녹색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 25일엔 서울 모처에서 정승진 한화 사장과 노재덕 단장을 만났지만 이 자리에서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나흘 간의 고민을 거듭한 박찬호는 전격적으로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이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124승)을 거둔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다저스를 시작으로 텍사스(2002년~05년)-샌디에이고(2005~06년)-뉴욕 메츠(2007년)-다저스(2008년)-필라델피아(2009년)-뉴욕 양키스ㆍ피츠버그(2010년) 등에서 숱한 승리를 완성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476경기에 등판해 124승9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
KIA 최희섭은 박찬호를 전설적인 왼손 투수 랜디 존슨과 비교하기도 했다.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등에서 뛰었던 최희섭은 "박찬호 선배가 전성기 시절엔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비교됐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런 얘기가 돌았다"며 "그만큼 구위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박찬호는 지난 6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오릭스에서는 허벅지 부상 등이 겹쳐 7경기(1승5패, 4.29)에 출전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한국 무대에서는 베테랑으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신인 못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고향 연고 팀인 한화 유니폼을 입고 23경기에서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의 성적을 남긴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유의 '악'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고 던졌던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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