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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이즈 백신 개발… 한국인이 해낸다, 한발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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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이즈 백신 개발… 한국인이 해낸다, 한발짝만 남았다

입력
2012.11.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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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이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꼽는 병,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ㆍAIDS)다. 한국에이즈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까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은 총 8,544명, 세계적으로는 약 3,420만명이다. 국내외에서 모두 감염이 증가 추세지만,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도, 막을 수 있는 백신도 아직까지 없다. 많은 백신 연구들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의학계 한편에선 백신 개발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달 초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임상시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 있는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의 한 한국인 과학자가 만든 백신이 환자의 몸 속에서 항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의대 교수팀이 개발 중인 에이즈 백신을 소개한다.

바이러스 무력화시킨 방법

강 교수팀이 만드는 백신은 간단히 말하면 죽은 HIV다. 이를 인체에 주입하면 몸이 HIV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항체)를 스스로 만들어내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다. 소아마비나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나중에 진짜 소아마비나 천연두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미리 준비돼 있던 면역체계가 가동해 발병하지 않게 막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아마비나 천연두 백신 역시 각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켜 만든다.

강 교수팀은 HIV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먼저 실제 HIV에서 병원성을 나타내는 주요 유전자(nef)를 떼냈다. 이 유전자가 없는 HIV는 활발히 증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백신을 대량생산하려면 바이러스의 증식 능력은 유지돼야 한다. 병원성은 잃어버린 채 증식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강 교수팀은 벌에서 증식과 관련된 유전자(env)를 찾아 nef 유전자가 제거된 HIV에 끼워 넣었다. 그런 다음 화학물질을 처리하고 방사선을 쪼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켰다. 생김새는 실제 HIV와 거의 같지만 죽은 상태(사백신)가 된 것이다.

강 교수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이를 지난 3~6월 미국인 에이즈 환자 24명에게 주사했다. 이후 추적 관찰한 결과 환자들의 몸에 면역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항체가 생겼고, 그 밖의 독성이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이달 초 강 교수팀은 발표했다.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면역력을 나타낸 에이즈 백신 후보물질은 세계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강 교수팀의 설명이다. 주사 후 1년이 지나는 최종 결과는 내년 중 나올 예정이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에이즈 백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0년대 초부터다. 처음 시도된 백신은 HIV의 표면에 솟아나와 있는 특정 단백질(gp120)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들었다. gp120이 사람 몸 속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게 1세 에이즈 백신이라면 2세대는 HIV의 10가지 유전자 중 3, 4가지를 골라 조합한 것이다. 그러나 둘 모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후 1세대와 2세대 기술을 혼합한 3세대 백신이 나와 2009년 태국에서 1만6,000명에게 투여한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이 역시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 중인 에이즈 백신 후보물질은 20~30가지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지금까지 나온 1~3세대 백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강 교수팀의 백신은 이들과 다른 4세대로 분류된다. 1~3세대처럼 HIV의 일부 구조가 아니라 바이러스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는 gp120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후보물질 하나만으론 인체에 면역력이 생기기 어려울 거라는 연구논문이 실렸다. 실제 HIV는 gp120이 3개씩 모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세대 백신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이며, 실제 HIV 형태와 가장 유사한 4세대 백신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람에서도 면역력 생길까

하지만 완전한 백신이 되기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연구가 많이 남아 있다. 환자 24명에게 주사한 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첫 단계인 1상에 해당한다. 에이즈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사했을 때도 실제로 면역력이 생기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2상,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1상 임상시험에는 빌게이츠재단과 캐나다 정부가 함께 마련한 에이즈 연구개발기금 약 110만 달러를 지원했다. 강 교수가 개발한 에이즈 백신의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생명과학기업 스마젠은 "강 교수팀과 함께 내년 중 2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빌게이츠재단과 추가 비용 지원 협의를 시작했고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스마젠의 모회사인 큐로그룹 김동준 부회장은 "2상 임상시험은 미국에서 건강한 사람 약 6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위약과 백신을 투여한 다음 예방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몸에 들어온 HIV는 세포 속으로 침투해 많은 수로 증식하면서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해 에이즈를 발병시킨다. 현재 에이즈 치료제는 대부분 HIV의 증식을 억제한다. 약을 끊으면 HIV가 다시 증식하기 때문에 환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미국에선 정부나 국제기구 등의 지원이 없으면 에이즈 환자 한 명에게 1년 진료비와 약값으로 약 1만4,000달러가 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방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감염병 분야의 국제학술지 '백신'은 지난 2010년 에이즈 백신 시장이 20조~30조원 규모일 거란 예측을 내놓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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