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의술혁명 프런티어] 지방줄기세포로 망가진 연골 치료 '무릎팍 도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의술혁명 프런티어] 지방줄기세포로 망가진 연골 치료 '무릎팍 도사'

입력
2012.11.29 10:59
0 0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환자들만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시설도 실력도 더 나은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매한가지일 테니 말이다. 병원이 변해야 한다. 대학 병원이나 종합 병원이 아니어도 환자가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의 모토는 '연구 중심 병원'이다. 한동안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내세운 모토지만, 이젠 개원가에도 꼭 필요하다는 게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의 신념이다. "공부하는 병원은 환자들도 알아본다"는 것이다.

제대혈과 골수 장점 모아

연세사랑병원이 최근 정형외과 분야의 국제 학술지 '더 니(The Knee)'에 발표한 논문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환자의 몸에서 직접 뽑아낸 지방 줄기세포로 무릎에 생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한 임상 결과를 담은 논문이었다. 연골이 손상된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법은 최근 들어 다양하게 소개됐지만, 환자 자신의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국내 학계에 공식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좀더 손쉽게 줄기세포로 관절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현재 관절에 들어 있는 물렁뼈(연골)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줄기세포는 제대혈이나 골수에서 얻는다. 탯줄에 들어 있는 혈액에서 얻은 어린 세포를 모아 배양한 제대혈 줄기세포는 올 초 제품으로 나왔다. 골수 줄기세포는 환자의 엉덩이 뼈에서 채취한 골수에서 분리해낸다. 이들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 부위에 직접 넣어주는 것이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배양 후 비교적 많은 수를 얻을 수 있고, 어린 세포라 손상 부위를 재생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관절을 갈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자에겐 조심스럽다. 골수 줄기세포는 수술하지 않고 주사나 내시경만으로 넣을 수 있으며, 시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수가 많지 않고, 환자 나이가 많으면 세포 자체의 재생 능력도 떨어져 치료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지방 줄기세포는 제대혈과 골수 줄기세포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고 병원장은 설명했다. 골수 같은 다른 부위의 줄기세포에 비해 노화되는 정도가 더뎌 나이 많은 환자에서도 젊은 사람 세포와 비슷한 재생 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관절을 수술로 가르지 않고 주사나 내시경만으로 주입할 수 있으며, 줄기세포도 비교적 많이 얻을 수 있다. 고 병원장은 "환자에게서 뽑아낸 지방을 녹여 얻은 세포에는 골수 세포에 비해 더 많은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라며 "웬만한 연골 손상을 치료하는 데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말했다.

지방 줄기세포는 환자의 무릎이나 엉덩이, 복부에서 뽑아낸다. 뽑는데도, 주입하는 데도 약 20분이 걸린다. 시술 후 환자 상태에 따라 1주일 정도 목발을 짚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6주 정도면 가벼운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6개월 정도 후엔 손상됐던 연골 부위가 재생됐음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지방 줄기세포로 치료 받은 환자의 무릎을 MRI로 분석한 결과가 정형외과 분야 국제학술지 '아스로스코피(Arthroscopy)'에 곧 발표될 예정이다.

줄기세포 치료 노하우

정형외과 분야에서 손상된 연골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기술이 국내에 소개되고 활성화한 지는 불과 1년 남짓이다. 그런데도 요즘 개원가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해준다는 정형외과 찾아보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 많은 정형외과 병ㆍ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도입하려는 최신 기술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고 병원장은 "충분한 연구나 임상경험 없이 이른바 유행에 휩쓸려 섣불리 줄기세포 치료를 시작한 병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줄기세포 치료는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노하우가 크게 두 가지 필요하다. 하나는 의사의 세포 처리 기술이다. 고 병원장은 "줄기세포를 손상 부위에 그냥 주입하면 대부분 흘러내려 버린다"며 "줄기세포가 잘 달라붙게 하는 노하우는 많은 임상 경험만으로 터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세포 분리 기술이다. 환자 몸에서 채취한 지방을 녹인 다음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뉜다. 그 중 연골 재생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정확히 골라 분리해 내는 게 바로 노하우다. 이를 위해 연세사랑병원은 별도로 석ㆍ박사급 연구원들이 일하는 연골재생연구소까지 갖추고 있다.

"개원가도 R&D 나서야"

개원가 전문병원이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면 큰 장점이 있다고 고 병원장은 소개한다. "임상 경험은 있지만 기초 의학을 잘 모르는 의사와, 반대인 연구자들이 협력해 매일 같이 현장에서 대하는 환자들의 세세한 요구를 수용하면 훨씬 환자 친화적인 의술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도 이 같은 신념에서 오래 전부터 고 병원장이 준비해온 결실이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형외과 전문의는 너도나도 인공 관절 실력을 쌓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절차를 밟고, 이탈리아 볼로냐대, 일본 히로시마대와 공동 연구를 하는 등 자체적으로 세포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온 덕에 국내외 흐름으로 자리 잡은 비수술 치료 분야에서 선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