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자연녹지지역의 건축행위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이해 당사자들간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도의회 통과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 조례안은 제주도가 지난 9일 입법 예고했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제주도로 권한이 이양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관련 규정을 지역 실정에 맞게 정비하고 조례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례안을 마련했다.
도시계획조례의 핵심은 2001년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우려해 만든 제주시내 동지역 하수도 미설치지역의 개발행위허가 규제의 전면 폐지, 자연녹지지역에서의 건축행위 규제 강화,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 확보 기준 등이다.
이 중 개발행위허가 규제 폐지는'하수관거에서 200m 내에 있어야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는 현행 도시계획조례 내용을 거리 여부에 관계없이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또 난개발 방지를 위해 연립주택 층수를 4층에서 3층으로 낮추고,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너비도 강화된다. 소매점은 1,000㎡이하에서 500㎡이하로, 음식점은 500㎡이하만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이 개정 조례안은 난개발 확산에 따른 환경ㆍ경관 훼손과 제주시 동지역 인구집중에 따른 지역 불균형 발전 우려 등이 제기됐다.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도의회에 제출됐으나 심의가 보류됐다. 이어 지난 4월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수정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자연녹지지역 연립주택 층수 제한 등에 대한 논란 끝에 주민 의견 수렴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부결돼 다시 입법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에 제주도가 도시계획조례안에 대한 공론화에 착수, 지난 28일 도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지만 이해 당사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토론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례 개정이 난개발 방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 각종 규제의 적합성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계획법이나 건축법 제정의 취지는 일정한 규제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례 개정은 제주도가 처해 있는 환경문제 등 해결을 위해 가야 될 방향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영효 두리공간환경연구소장도 "자연녹지지역은 난개발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면서 우선 보존과 개발의 대원칙을 세우고 이에 대한 세부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맞서 선은수 제주자치도건축사협회 이사는 "자연녹지지역에서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 확보 기준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조례안이 과다한 규제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준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장은 "자연녹지의 규제나 도로 폭 규제 등은 난개발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역행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일부 자연녹지 소유주들도 규제 강화에 반발했다. 제주시 노형동 주민 이모씨는 "도로 하나 차이로 누구는 개발해서 부자가 되고 누구는 작은 가건물 하나 짓지 못한다"며 "자연녹지 주인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없이 희생만 강요한다는 것은 찬탈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오는 30일까지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조례안을 확정해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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