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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대 정보원 협박·폭행하며 옭아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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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대 정보원 협박·폭행하며 옭아맸다"

입력
2012.11.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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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등 10대 청소년들을 수 년간 정보원으로 활용한 현직 경찰관이 공갈과 협박으로 이들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피해 학생들은 문제의 경찰관이 주로 사건 무마를 미끼로 접근해 때로 폭행까지 저지르며 자신들을 옭아맸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 소속 김모(35) 경사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김모(17) 군에 따르면 김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운전하다 자주 지구대를 자주 드나들면서 김 경사를 처음 만났다. 김 경사는 자신의 잘못을 덮어주는 대가로 이것저것 수사와 관련된 일을 시켰고, 일이 해결되면 용돈을 주기도 했다. 한 번은 죄를 지은 학생 10여명을 잡아 데려다 줘 40만~50만 원 상당을 받은 적도 있다. 김군은 "처음에는 애들 잡아가는 게 재미있고, 용돈도 주니까 몇 번 했는데, 친구들이 '경찰 앞잡이'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그만두고 싶었지만 차마 무서워 말하지 못했다"며 "혹시나 과거 사건으로 자신을 입건시킬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지난 5일 김 경사로부터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다. 조건 만남을 주선하다 달아난 한 중학생을 찾아보라는 내용과 함께 학생의 얼굴이 전송됐다. 김 군은 이날 장모(17) 군 등 2명과 각각 오토바이를 탄 채'용의자'가 있다는 부산 남포동으로 향하던 중 사상구 도로에서 정차 중인 1톤 덤프트럭과 추돌해 전치 6개월의 중상을 당했다.

김 경사가 특정인을 붙잡기 위해 10대 정보원에게 또 다른 범법행위를 저지르도록 하는 말까지 했으며 위력을 과시해 지시를 따르도록 유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군의 한 친구는 "3년 전 김 경사가 피의자를 잡아오라고 시켜 '오토바이가 없어 갈 수 없다'고 하자, 김 경사는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하나 몰래 타고 잡아다가 제자리에 가져다 놔라'고 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지시를 듣지 않으면 나와 관련이 없는 사건을 조사한다며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54)는 "아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김 경사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 청소년을 경찰서 화장실로 데려가 뺨을 때리거나, 회유할 목적으로 담배를 건네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아들을 수사에 이용해 왔지만 경찰은 이를 공무 활동에 도움을 요청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김군의 아버지 등 피해 학생 부모들은 법률 검토를 거쳐 조만간 김 경사를 검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김 경사는 이에 대해 경찰 감찰조사 등에서 "김군 등 평소 알고 지낸 학생 20명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시한 게 아니라 혹시 용의자를 보게 되면 연락을 달라는 취지였다"며 "폭행은 전혀 없었으며 친한 아이들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차원에서 용돈을 준 것일 뿐 어떤 대가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부산경찰청은 김 경사에 대한 감찰 조사를 토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 경사가 100여명의 청소년을 정보원으로 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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