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가 생존 책방 '정 나누는 사랑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가 생존 책방 '정 나누는 사랑방'

입력
2012.11.28 17:33
0 0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곳입니다. 그런 관계가 20년 넘게 이어져 온 거죠."(성균관대 앞 서점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

"서점은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교류의 공간이 돼야 합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책을 안내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서울대 앞 서점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

1985년 성균관대 앞에 문을 연 '풀무질'과 88년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 터를 잡은 '그날이 오면'은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의 '전설'로 통한다. 80, 90년대 학번들의 추억에 남아 있는 '아침이슬'(서울대), '오늘의 책'(연세대), '장백서원'(고려대), '논장'(성균관대), '녹두'(동국대), '청맥'(중앙대) 등 대학가 사회과학서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두 서점은 '건재'하다. 그러나 최근 신촌의 중형서점인 '홍익문고'까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가 주민들의 철거 반대 운동으로 회생하는 등 서점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과연 대학가 '전설'의 이들 서점은 어떤 생존전략을 가졌기에 장수할 수 있는 것일까.

'풀무질'은 2000년부터 전공서적과 각종 수험서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인문ㆍ사회과학서적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고시 수험서, 토익, 토플 교재 등의 매출이 85%, 사회과학 서적은 15%에 불과하다. 모든 책들을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아직도 '풀무질'을 찾는다. 은 대표가 펴낸 책 에 실린 단골손님 구아름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번 책은 재미있었는지, 이번에 사는 책은 어떤지, 심지어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사장님이 있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사는게 올바른 건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1993년 서점을 인수해 20년째 운영중인 은 대표는 "정과 정이 만나는 곳이라 아직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성균관대를 벗어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질'에서 열리는 책읽기 모임은 모두 6개. 철학, 고전, 소설, 시, 어린이책 읽기모임 등이다. 2년전 학생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모임은 '풀무질'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회과학서점들이 전공서, 수험서 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그날이 오면'은 사회과학서적 등 순수 학술서적의 판매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도 운영이 가능한 것은 후원회 때문이다. 2006년 결성된 후원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 등 230여명이 참여해 매달 후원금을 보내온다. 서평대회, 진보학자들의 특별강연회, 학술 강좌 등이 꾸준히 서점에서 열리고, 지난해부턴 '인터넷그날'(www.gnal.co.kr)을 통해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다.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는 "대규모 자본이 인기서적을 대량 구매해 싼 값에 판매하면서 출판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프랑스, 독일처럼 철저한 도서정가제를 도입하고, 작은 서점과 출판사를 지원하는 기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풀무질'의 은 대표는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 좋은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도 살아갈 수 있다"며 "그 동네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책은 동네 서점에서 구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정유안(홍익대 4년)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