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학생들의 등록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했던 경원대(현 가천대) 전 이사장 최원영(58)씨가 28일 새벽, 부인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귀국 의사를 밝힌 최씨는 이날 새벽 입국 후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속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형식은 '체포'지만 최씨가 사전에 변호인을 통해 검찰과 입국 날짜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는 '자진 출두' 형태로 검찰조사에 응하는 방식이었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씨가 14년간의 도피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심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랜 도피 생활에 따른 피로감과 경제적 어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1998년 학교재단이 등록금을 횡령했다는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교수들 진정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그 해 12월 미국으로 건너가 도피생활을 해 왔다.
최씨는 1997년 10월부터 1998년 3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동아종합환경 등 8개 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회사 발행 무보증기업어음(CP) 631억원어치를 매입했으나 3개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학교측에 모두 21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다. 또 최씨는 1998년 2월 학교 시설 신축 공사를 동아종합환경에게 맡기면서 적정 공사비 35억원을 97억원으로 부풀려 작성, 선금 28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며 경쟁입찰 대상 31건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최씨와 함께 수사를 받았던 경원학원 재단 관계자 4명은 횡령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시한인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후 그간의 행적과 심경 변화 배경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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