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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빅 데이터'로 고객의 니즈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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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빅 데이터'로 고객의 니즈 읽다

입력
2012.11.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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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회식자리의 영원한 난제. "2차 어디 가지?"(부장) "전에 갔던데 가시죠."(차장) "거긴 별로더라. 시끄럽고 비싸기만 하고, 다른 데 없나."(부장)

취기로 왁자지껄하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 앉는다. 부서 막내 A씨가 식탁 밑에 휴대폰을 놓고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인다. 부장 입맛, 주머니 사정, 부원들의 취향, 그간의 회식 특징 등을 입력하더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건너편 OO에 가시죠." 2차 회식 뒤 부장의 한마디. "좋아, 아주 좋아!"

모든 회사원들의 영원한 고민인 "이따 뭐 먹지"가 해결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세상의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 소비자의 세세한 행동과 욕구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름도 생소한 빅 데이터(Big Data)의 세상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정보기술(IT)업종이 선구자처럼 여겨지지만 금융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우리의 소비생활과 밀접한 카드사다. 카드를 긁는 족족 개인의 정보가 쌓이니 빅 데이터 세상을 구현하는 최적의 업종이기도 하다. 사실 카드사들은 빅 데이터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고객의 정보를 열심히 분석해오고 있다. 다만 회원 결제 정보에 국한되다 보니 방대한 외부 정보와 접목하지 못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 초 고객인사이트(통찰력) 부서를 따로 만든 신한카드를 찾았다.

이곳에서 분석하는 정보의 양은 70테라바이트(TB). 아이패드 32GB짜리 2,200대가 필요하고, 300페이지 소설책으로 따지면 1억권 분량이다. 여기에 매일 500만 건 이상의 카드 관련 정보가 쌓이고, 기상청 날씨 자료, 지역별 통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비정형 정보, 인터넷 트렌드, 구글 검색 정보 등의 방대한 외부 데이터가 동원된다. 그런데도 아직 정보에 목마르다고 한다. 아무나 할 수 없으니 부서원 8명 중 7명이 통계를 전공했고, 절반은 석사 출신이다.

비가 들어가는 문장을 검색했더니 단어들이 속속 튀어 나온다. 처음엔 술, 파전, 우산 등 뻔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양평과 전원주택이 나온다. 비와 두 단어의 관계를 찾기 위해 다시 분석에 들어갔다. 꼬리에 꼬리 물기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내는 게 빅 데이터 팀의 역할이다. 기존 가설(예컨대 비가 오면 막걸리를 먹는다)에 외부 정보(기상, 지역 정보 등)를 넣어 보다 정확한 결론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그러니 정보 양만큼 중요한 게 가설이다. 가설이 식상하면 분석 결과 역시 형편없다. 우상수 부부장은 "도출 변수를 감안해 가설을 세우고 결과가 나오면 다시 외부 요인을 추가로 넣어 다시 분석하고, 또 분석하는 등 가설을 탄탄하게 해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 부서가 제공하는 정보는 아직 모바일 전자지갑인 스마트월렛에 회원 관련 정보를 입력하면 가맹점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에 그친다. 롯데카드(스마트컨슈머), 현대카드(마이메뉴), 삼성카드(m포켓)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식당 정보 위주다.

신한카드는 연말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조회를 하는 단계를 넘어 회원 정보를 스스로 인식해 근처에 있는 맞춤형 가맹점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우 부부장은 "갈수록 똑똑해지는 회원 개개인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깊이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예컨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알 수 있을지언정 정작 그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얽힌 정보의 연결망에서 잃어버린, 혹은 놓치고 있는 고리를 발견하고 채우는 일이 숙제로 남아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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