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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당한 파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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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당한 파견법

입력
2012.11.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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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이 드러나 원청회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정규직이 아니라 단기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오히려 고용불안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파견을 막고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견법이 법규 미비로 역효과를 낳고 있다.

28일 고용부와 해당 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개정 파견법 시행 이후 고용부의 첫 불법파견 근로감독에서 5개 업체 123명의 파견노동자가 적발됐다. 이 중 원청회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90명(73.1%)이며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된 것은 우리산업 평택공장 노동자 8명(6%)에 불과했다. 나머지 82명은 2~12개월의 단기 비정규직으로 고용됐다. CJ대한통운은 불법파견으로 적발된 81명 중 61명을 1년 계약직으로 고용했고, 제조업체 파인과 협성정공은 각각 10명, 1명을 4개월 기간제로 고용했다. 전자부품업체 뉴로시스는 8명을 9,10월 2달짜리 기간제로 고용해 이들은 현재 모두 퇴사한 상태다.

이는 현행 파견법이 사용자의 '직접 고용'만 명시했을 뿐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8년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 해고노동자들이 낸 부당해고 구제 소송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파견법을 보완하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고용형태를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81명이 불법파견으로 적발된 CJ대한통운을 담당하는 안양고용노동지청 측은 "사용자가 직접고용을 이행했는지만 확인했다. 법 이행 과정(고용형태)이 아니라 결과(직접고용)가 중요하다"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CJ대한통운 측은 "파견 근로자들이 택배 포장 등 단순업무를 하는데다 대부분 50대 이상이라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으며, 뉴로시스 측은 "주로 냉장고 부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을 겨울에는 일감이 없어 불가피하게 2개월만 고용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파견법을 만들고도 정작 중요한 고용형태를 명시하지 않아 오히려 근로조건을 떨어뜨리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게 됐다"며 "프로젝트성 업무 등 기간제를 사용해야 하는 합리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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