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바다를 휩쓰는 겨울이면 방어가 제철이다. 육질이 탄탄하고 기름기가 오른 방어는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29일 밤 7시 30분 제주의 방어 잡이 현장으로 떠난다.
어린 방어들은 보통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살다가 성장하면서 수심이 깊은 먼 바다로 이동한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한반도 남쪽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대표적인 곳이 모슬포. 못살겠다고 해서 '못살포 못살포'하다가 모슬포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이 곳은 365일 거친 파도와 바람이 몰아친다. 한반도 최남단에서 나오는 방어가 맛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진 바람과 더불어 수심이 깊고 조류가 세서 방어의 활동량이 많아 육질이 더 차지다.
40년 방어 잡이 외길 인생 나승무 선장이 출항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서 이제는 바람만 달리 불어도 물결 높이를 예측하고 방어 어장을 찾을 수 있다. 나 선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아들 철원씨가 배에 함께 오른다. 새벽마다 바다에 나가는 아버지는 딸 애경씨에게 말이 아닌 부지런한 자신의 인생으로 가르침을 줬다. 나 선장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손수 잡은 방어로 방어김치찌개를 끓인다.
김정오씨는 방어의 음식 역사를 이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다. 제주도에 내려와 방어를 알게 되면서 모슬포에 정착한 그의 손을 거치면 방어가 색다른 요리로 탄생한다. 그가 개발한 방어 요리는 방어매운찜, 방어스테이크, 방어껍질무침 등이다. 제주에서 방어를 먹기 시작한 지는 40년이 채 되지 않아 다른 제주 토속음식들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그를 통해 새로운 역사가 씌어지고 있는 셈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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