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뽐내며 기분 좋게 한밭벌에 입성했다.
엄광렬 감독이 이끄는 충북은 제58회 경부역전마라톤(한국일보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한국 공동주최) 대회 나흘째 레이스에서 전날까지 공동 2위 전선을 형성해 협공해오던 경기도와 서울을 종합기록 4~5분여 이상 따돌리고 여유 있게 선두를 지켰다.
충북은 28일 열린 김천~대전 86.5㎞ 대구간 레이스를 4시간38분02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경기도와 서울을 3~4분 가까이 따돌렸다. 경기도가 4시간40분54초로 2위에, 서울은 4시간41분21초로 3위를 달렸다. 충북은 이로써 부산~대전 구간 총 301.9㎞를 종합기록 16시간09분43초에 찍어 경기도와 서울에 각각 4분39초와 5분6초 앞섰다. 전날까지 1분47초차로 압박해오던 경기도와 서울의 기세가 한 풀 꺾인 셈이다. 대회 관계자들은 이날 10개 소구간 중 5개를 석권한 충북의 질풍노도 페이스에 놀라움을 나타내며 대회 7연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승부는 제2소구간(직지사~추풍령ㆍ7.3㎞)에서 판가름이 났다. 충북에는 한국 여자마라톤 현역 1인자 김성은(삼성전자)이 있었다.
충북은 제1소구간(김천~직지사ㆍ9.1㎞)에서 5위로 주춤거렸지만 2소구간에서 김성은이 단숨에 1위로 뛰어 올라 전세를 뒤집었다. 김성은은 특히 2위를 47초차로 제치고 3주자 장은영(서원대)에게 어깨 끈을 건네줘 팀이 3소구간(추풍령~계룡ㆍ6.1㎞)에서도 선두를 유지하는데 디딤돌을 놓았다. 충북은 이후 손명준(건국대)과 박요한(제천시청), 김상훈(대우산업개발)이 각각 6,7,10소구간에서 1위로 통과해 타 시도팀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1위에서 6위까지 오르내리는 '롤스코스터 레이스'를 펼쳐 선두 탈환의 기회를 놓쳤다. 서울도 김태진과 강순복(이상 배문고)이 나란히 4소구간(계룡~황간ㆍ8.5㎞)과 8소구간(이원~옥천ㆍ8.7㎞)에서 1위로 결승선을 끊었으나 2소구간과 5소구간(황간~영동ㆍ10.5㎞)에서 각각 5,6위에 그치는 불운을 만회하지 못해 3위에 그쳤다. 유일하게 중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조준행(배문중)은 겨울비가 쏟아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마지막 10소구간(세천~대전ㆍ7.1㎞)을 3위로 통과해 한국마라톤의 기대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남홍 배문고 육상감독은 "(조)준행이가 초등학교때까지 강원도에서 빙상선수로 활동해 하체가 튼튼한 편"이라며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춘천마라톤 국내 남자부문 1위를 차지한 전남의 백전노장 박주영(32ㆍ한국전력)도 5소구간을 선두로 이끌어 녹슬지 않은 기개를 과시했다.
대전=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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