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비행을 앞둔 날 위해 가방을 쌌지 / 발사 시간 오전 9시 / 그때쯤 난 연처럼 높이 날고 있겠지 / 지구가 너무도 그립고 아내가 그리워 / 끝없이 비행하는 우주는 외로워'
'로켓 맨'은 소설 로 유명한 작가 레이 브래드베리의 동명 단편에서 영감을 받아 엘튼 존(65)의 단짝 작사가 버니 토핀이 쓴 곡으로 평범한 직장인인 우주비행사의 외로운 심정을 이야기한다. 엘튼 존이 1972년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 '홍키 샤토'에 수록돼 영국 싱글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6위까지 오른 곡이다.
노장 엘튼 존이 스물다섯의 나이에 불렀던 자신의 대표곡 '로켓 맨'의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올랐다. 2004년 이후 두 번째 한국 공연이다. 자신의 40여년 음악생활을 되돌아보는 자리에 온 국내 관객에게 반갑게 손을 흔든 그는 첫 곡 '더 비치 이스 백'부터 역동적인 연주와 노래를 선보였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목소리는 '고음불가'에 울퉁불퉁해지고 걸쭉해졌지만 걸걸한 중저음과 건반을 두드리는 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평균 연령 40대의 관객들은 거장의 넘치는 에너지에 환호했고,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 추모곡이자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추모곡으로 다시 쓰였던 '캔들 인 더 윈드'부터 줄줄이 이어진 히트곡 릴레이에 열광했다. '크로커다일 록'에선 '라라라~'로 이어지는 후렴구의 고음을 내지 못 하는 엘튼 존을 위해 관객들이 노래를 대신하기도 했다.
앙코르로 부른 두 곡까지 25곡은 말 그대로 40년 역사의 요약본이었다. 두 번째 앨범 수록곡이자 출세작인 '유어 송'(1970)부터 최근작 수록곡 '헤이 아합'(2010)까지 망라했다.
엘튼 존과 함께 무대에 선 연주자들도 관록의 기량을 보여줬다. 데뷔 초부터 줄곧 함께해 온 두 명의 노장 데이비 존스턴(기타)과 나이젤 올슨(드럼)이 이번에도 함께했다.
전성기 이상의 정력적인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올 한 해 116회, 이달에만 11번 무대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에서 전용기를 타고 이날 내한한 그는 29일 열릴 말레이시아 콘서트를 위해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