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양 강국의 길을 재촉하며 양면술을 쓰고 있다. 겉으로는 유화책을 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서태평양 진출과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견제는 피하되 해군력은 계속 키워가겠다는 전술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해군 함정 편대가 28일 오전 10시 오키나와(沖繩)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진입, 정기 해군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편대에는 동해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 항저우(杭州)함과 닝보(寧波)함, 호위함인 저우산(舟山)함과 마안산(馬鞍山)함이 포함됐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연례 계획에 따른 것으로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남단의 하이난(海南)성은 이날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4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하이난성연안변경치안관리조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외국 선박이 하이난성 관할 해역에 진입해 무단 항해할 경우 해당 선박에 대해 승선 및 조사, 억류, 축출, 정선, 항로변경, 회항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난성 관할 해역이란 사실상 남중국해 전체를 가리키며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중인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ㆍ南沙群島,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와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ㆍ西沙群島,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필리핀과의 분쟁지역인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ㆍ黃巖島)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26일에는 교통운수부 산하에 남해항로보장중심이 발족했다. 홍콩의 대공보(大公報)는 이 기구가 광둥(廣東)성, 광시(廣西)장족(壯族) 자치구, 하이난성 등 3개 성의 해역을 관할하는 기구라고 전했다. 직원이 1,600명에 달하는 이 기관의 출범은 중국이 해양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에 앞서 새 전자여권을 발급하며 속지에 분쟁 지역까지 모두 중국 땅으로 그려 넣은 지도를 삽입해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애를 쓰며 양면책을 구사하고 있다.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 부장(장관)은 전날 베이징(北京)시 바이다루(八一大樓)에서 레이 마부스 미국 해군 장관과 만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세계의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고 주변국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성리(吳勝利) 해군 사령원(사령관)도 마부스 장관과 만나 "최근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왔으나 갈등과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국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 채 시기하면 해상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오해와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부스 장관에게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와 함재기 젠(殲)-15기의 재원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군 해군 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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