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한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해온 공화당 의원들을 찾았으나 그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2기의 조각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라이스는 27일(현지시간) 의사당을 방문해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켈리 에이요트 등 공화당 상원의원 3인방에게 9ㆍ11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라이스는 벵가지 피습사건이 발생한 지 5일 후인 9월 16일 중앙정보국(CIA) 정보에 근거, 피습사건이 테러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은 이후 테러로 밝혀졌으며 이 때문에 공화당은 사건의 의문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라이스 임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날 라이스를 동행한 마이클 모렐 CIA 국장대행이 정보보고서에 언급된 알 카에다를 연방수사국(FBI)이 삭제했다고 말했으나 CIA측이 나중에 다시 "삭제는 CIA가 했다"고 수정함으로써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공화당 3인방은 "회동 이전보다 걱정이 더 커졌다"며 라이스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터프하기로 소문난 라이스가 도리어 이들 3인방에 당한 꼴이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스에 대한 공화당의 회의감만 키웠다"고 평가했고 인터넷매체 더비스트는 "라이스가 섣불리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라이스가 오바마에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는 라이스의 자질이 국무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는 개인 칼럼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라이스를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카드를 철회하지 않으면 하원과는 재정절벽 협상, 상원과는 국무장관 인준이라는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레이엄과 에이요트가 당장 이날 라이스를 국무장관에 임명하면 인준 투표를 보류시키는 '홀드'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공화당은 만만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케인은 막역한 사이인 민주당 소속 상원 외교위원장 존 케리를 국무장관으로 밀고 있다. 의회가 대통령 인사권한을 견제하는 장치인 홀드를 풀지 않으면 인준 청문회는 열리지 못한다.
오바마는 상원의원 전체의 결선투표로 라이스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5명의 공화당 의원 지지가 필요하다. 내년 1월 개원하는 113대 상원에서 민주당은 55석을 차지, 의사진행방해를 막을 수 있는 60석에는 5석이 모자란다.
상황이 이런데도 백악관 기류가 바뀌었다는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의원들의 반발이 라이스의 국무장관 임명 가능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했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의 라이스 공격을 '집착'이라고 비난했다.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강경파 존 볼턴의 유엔대사 지명을 강행했으나 결국 민주당 반대를 넘지 못하고 철회한 적이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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