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이 내일 자체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검 중수부장이 감찰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검 감찰본부는 어제 저녁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언론 대응방안을 조언한 의혹이 있어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부장은 “친구 사이에 사적인 조언을 해줬을 뿐 검사로서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 폐지를 놓고 마찰이 있었으며 그것이 감찰조사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정면으로 반발했다. 한 총장과 중수부 폐지, 총장 진퇴 등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검찰의 자체개혁안을 둘러싸고 수뇌부끼리 대놓고 공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총장이 개혁안에 중수부 폐지안을 포함시키고 싶어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알맹이가 담기지 않으면 수뇌부 퇴진론 등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반면 대검 중수부는 개혁안에 중수부 폐지가 포함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알력 속에서 결국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극단적 사태가 빚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이런 대립 사태만 봐도 검찰 자체개혁안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내부조율조차 안돼 파열음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개혁안이 나온다 해도 제대로 추진을 담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결국 비등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어설픈 개혁안을 서둘러 내놓아 사태를 봉합하려 드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위장성 게시글을 올려 망신을 산 윤대해 검사의 행태에서 이미 개혁의 진정성은 빛을 바랬다.
내부 개혁안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싸움박질이나 하는 조직에게 과연 스스로의 개혁을 맡길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검찰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자리가 없다는 것을 수뇌부는 인식하기 바란다. 대한민국 검찰이 벼랑 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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