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혐의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된 중국인 류창(劉强ㆍ38)씨의 거취를 두고 중국과 일본이 한국 법정을 무대로 대리전을 벌이게 됐다. 국내 대형 로펌과 한국 검찰이 각각 중ㆍ일 양국의 입장을 대변한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 황한식)는 28일 류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재판의 첫 공판을 29일 오후에 연다고 밝혔다. 류씨는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징역 10월이 선고돼 복역을 마쳤지만, 법무부가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를 결정함에 따라 지난 5일 다시 구속됐다.
쟁점은 류씨의 범행이 한ㆍ일 범죄인 인도 조약에 규정된 인도 대상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이 류씨를 인도 대상이 아닌 정치범으로 판단한다면 류씨는 본국인 중국으로 추방되지만, 일반 방화범으로 분류하면 일본으로 인도된다.
'류씨는 일반 방화범에 불과하다'는 일본 측 입장은 한국 검찰이 대변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치범은 범행 동기뿐만 아니라 범죄행위 자체도 정치범의 특성을 띠어야 하는데, 류씨의 방화 범죄는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공판에서 류씨가 일반 방화범이라는 점을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씨는 반일(反日) 정치범'이라는 입장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변한다. 세종은 향후 공판에서 류씨의 범행이 전형적인 정치범죄라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으로 중국어에 능통한 명동성(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이영구(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쟁쟁한 변호인단이 구성된 배경에는 중국대사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중국대사관 측은 10곳이 넘는 로펌과 접촉했고 향후 재판 비용도 부담할 예정이다. 한 중국법 전문가는 "자국민 인권 보호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중국이 변호사 선임부터 개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중국이 그만큼 이 사안에 자존심을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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