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코리아몰
스타 관련 상품들 날개 돋힌 듯
음반 가격 2,3배 해도 선뜻 구매
'꽃남' 방영후 중년여성들도 흠뻑
더 커진 한류 갈증
유튜브 동영상 통해 첫 만남
불법복제 CD 시장 나돌기도
저변 확대 가능성 큰 '블루오션'
#1 지구 반대편의 나라 칠레. 여름이 시작되는 11월 초 산티아고 레콜레타 지역의 파트로나토 시장에는 여름 옷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은 칠레를 대표하는, 한국의 남대문시장 격이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 한 옷가게 스피커에서는 씨앤블루의 '외톨이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숙이네' '서울식당' 등 한국 식당에서 매운 김치찌개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칠레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2 지난 9월 멕시코시티의 공연장 아우디토리오 블백베리. 3인조 남성 그룹 JYJ 멤버인 김준수 단독 콘서트를 보러 온 관중 3,500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멕시코에서 연 한국 가수의 첫 공연이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김준수가 '타란탈레그라' '언커미티드' 등 17곡을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윤수(준수의 영어표기 Junsu의 스페인어 발음) 사랑해"를 외쳤고, 몇몇 노래의 후렴구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도 한류의 싹은 거침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언어와 문화라는 두툼한 흙을 뚫고 K팝이 꽃을 피운 것이다. 파트로나토 시장에서 코리아 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일(47) 사장은 "2년 전 문을 열 때는 한국 물건을 파는 잡화상이었는데 K팝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늘면서 한류상품 전문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토요일 오후인 만큼 코리아 몰은 젊은 여성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이들은 이민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K팝 스타들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나 학용품, 음반 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김 사장은 "한국 음반 가격이 2만~2만5,000칠레 페소(한화 4만5,000~5만6,000원)로 칠레 음반의 두세 배가 넘지만 최근 들어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방영한 뒤로는 40~60대 여성들도 한류 상품을 사러 가게에 많이 들른다"고 덧붙였다.
슈퍼주니어 포스터를 사러 왔다는 바르바라 카사노바(15)양은 "K팝은 칠레를 포함해 어느 나라 음악보다 뛰어나다"면서 "확실히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바르바라의 친할머니 마리아 세베라(60)씨는 "손녀가 매일 한국 음악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 문화에 빠져 살지만 별다른 거부감은 없다"면서 "나도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매우 재미있게 봤다"며 웃었다.
전날 칠레 비냐 델 마르에서 있었던 KBS '뮤직뱅크 인 칠레' 공연을 보러 친구 3명과 칠레 북부의 이끼케에서 24시간 버스를 타고 온 호세피나 코르티스(19)양은 "한국 드라마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코믹한 부분이 좋다"면서 "부끄러움이 많지만 활발함도 갖춘 한국 남성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좋아 얼마 전부터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들이 한류를 접하는 것은 주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다. 게다가 일부 중국 상인들이 K팝과 드라마를 담은 불법복제 CD를 팔고 있어 남미 한류가 우리 경제에 주는 도움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미래는 매우 밝아 보인다. 중학교 때 칠레로 이민 온 대학생 김지훈(21)씨는 "칠레 사람들이 옷, 학용품, 전자제품 등 한국에서 만든 상품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조금만 저렴해진다면 복제품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고 있던 한 칠레 여성은 한국 문화에 대한 느낌을 묻는 기자에게 "요 아모 아 케이팝(Yo amo a K-pop), K팝을 사랑한다고요"라고 한국말을 덧붙여 말했다. 그 여성은 소녀시대가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왔던 빨간색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다. 화려한 원색 스키니 진이 이곳에서도 한창 유행했단다.
산티아고=글ㆍ사진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멕시코시티=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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