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최모씨는 지난 5월 충남 모 주유소에서 자신의 크라이슬러 경유차량에 기름을 넣었다. 이후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엔진에서 이상한 소음과 함께 떨림 증상이 발생해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경유가 아닌 휘발유가 주유돼 있었다. 곧장 정비소로 달려갔으나 연료계통 손상으로 1,600만원의 수리비가 나왔다.
경유차량에 휘발유를 넣어 엔진이 망가지는 혼유(混油) 사고가 늘어나면서 한국소비자원이 28일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혼유 사고 상담 건수는 2009년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408건. 2009년 55건에서 2010년 10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119건에 이어 올해엔 이달 12일 현재 131건에 달한다.
혼유 사고는 대부분 경유차량에서 발생하는데, 휘발유 주유기의 직경이 1.91cm로 경유차량 연료주입구(3.0~4.0cm)보다 작기 때문인 것으로 소비자원은 보고 있다. 반면 경유 주유기의 직경은 2.54cm로, 휘발유차량 연료주입구(2.1~2.2cm)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주유소 내 주의사항 게재 및 주유원 교육을 한국주유소협회에 권고키로 했다.
혼유 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수리비가 많이 든다. 경유를 사용하는 외제 승용차가 많아진 이유도 있다. 실제 수리비가 200만원 이상 들어간 경우가 전체 상담건수의 60.1%(245건)나 됐다. 주유소가 혼유 사고 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상당수는 관련 보험에 들지 않아 피해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실정이다.
소비자원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혼유가 된 경우 연료탱크만 청소하면 간단히 수리가 된다"며 "주유 시에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주유 후 출력감소나 시동불량 현상 등이 나타나면 운행을 멈추고 견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