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발생한지 꼭 15년. 어느 곳 하나 변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데는 기업이다. 대기업은 환란의 진원지이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양적으로 질적으로나 가장 큰 변신에 성공했다.
과연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15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을까. 지금부터 풀어야 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3회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외환위기 발생했던 1997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8조5,000억원.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65조원에 달했다. 약 9배로 몸집이 커진 것이다. 97년 당시 11조7,000억원이었던 현대자동차의 매출액도 지난해 77조8,000억원에 달해 7배로 불어났다.
환란은 수많은 기업들의 생사를 갈랐다. 사라진 기업도 있고, 후퇴한 기업도 있지만, 살아남은 몇몇 기업은 지난 15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27일 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한 국내 매출액 기준 30대 상장기업 순위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가 벌어진 1997년만 해도 254조9,000억원이었던 3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이 2011년에는 680조5,000억원을 기록, 약 2.7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등도 3배로 늘어났다.
최상위권 기업일수록 외형성장은 눈부셨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CEO스코어가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10대 그룹의 대표기업 1개씩을 골라 외환위기 당시와 매출액을 비교했더니 97년 92조원이었던 총 매출액이 지난해 말 625조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매출만 늘어난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영업이익과 순익이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10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15년 사이 318%나 증가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외환위기 전에는 이익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자산을 늘리는 게 최우선 관심사였고 부실이 나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매출확대 보다 순익창출여부가 더 중요시되는 게 가장 큰 변화다"고 말했다.
환란 이전만해도 국내기업들은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였다. 수출은 많았지만 대부분 OEM이거나 자체 상표로 나가도 '싸구려'취급을 받았다. 또 다른 재계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 TV는 미국 주요 백화점 납품도 힘들었고 들어가도 진열대 귀퉁이에 놓여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재미교포나 유색인종들이 싼 맛에 타는 차였다. 하지만 애플과 경쟁하고 도요타와 맞서고 있다. 최고의 품질, 최고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고 평했다. 실제로 인터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랜드가치 329억 달러로 올해 9위에 등극, 국내기업으론 사상 처음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업들이 '대마불사' 신화에 빠져 규모의 경쟁만 계속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 위주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기업의 체질이 개선됐다"면서 "규제 완화에 따른 기업간 경쟁 심화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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