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를 고사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책이다."(찬성론)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근본 원인에 대한 고민이 없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반대론)
논의를 시작한 지 6년여 만인 지난해 11월20일 PC용 인터넷 게임부터 적용된 청소년 인터넷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는 시행 1년만에 다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년간 적용이 유예됐던 모바일, 태블릿PC, 콘솔기기용 게임에도 셧다운제를 적용할지 여부를 내년 5월20일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용 게임 100여종에 대해 중독성 판단을 끝냈고, 다음달 청소년 1,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뒤 잠정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 2,3월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셧다운제를 다른 매체로 확장해야 하느냐는 지난 1년간 성과가 어땠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러나 '심야시간 청소년 수면권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가 5월 초·중생, 교사, 학부모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셧다운제 시행 전 심야시간(자정 이후) 인터넷게임에 접속한 청소년들은 0.5%였으나 시행 후에는 0.2%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심야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9.7%가 "셧다운제를 알고 난 후 스스로 게임을 중단했다", 7.3%가 "셧다운제로 인해 인터넷 게임이 제공되지 않아서 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17%가 직접적 효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셧다운제 적용대상에 고등학생이 빠져있고,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해 셧다운제를 피해갈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많다.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은 게임업계의 반발에 밀려 설계된 것이 효과를 떨어뜨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애초 여성부가 적용나이를 19세 이하로 정했지만, 문화부의 반발에 밀려 16세로 타협했다. 또 대상게임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청소년보호법 26조)로 규정하고서도 여성부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스타크래프트 1 등), '사람과 컴퓨터가 하는 게임이다'(애니팡 등) 등의 이유로 예외를 확대해왔다. 규제를 하되 강력한 의지는 없는 애매한 제도가 돼버린 셈이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셧다운제가 효과를 보려면 특정 연령대뿐만 아니라 모든 이용자가 접속을 못하도록 게임업체가 특정시간대에 아예 게임서버를 폐쇄해야 한다"며 "부처간 야합으로 셧다운제가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여성부는 모바일 등으로 셧다운제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분위기인 반면, 문화부는 컨텐츠 산업 보호논리를 앞세워 소극적인 입장이다. 대신 문화부는 7월부터 학부모와 자녀가 게임할 시간을 지정하는 게임시간선택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9월 현재 신청자는 2만5,000명으로 전체 게임 이용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에도 게임업체의 반발에 밀려 누더기 확대적용이 될 경우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셧다운제보다는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구조나 환경을 개선해주는 노력이 근본적인 치유책이라는 반대론자의 지적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게임중독에 빠지기 쉬운 5% 정도의 취약청소년들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셧다운제의 운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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