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가 닷새째 계속됐지만 무르시 대통령이 권한 강화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해 시위대와 정부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APㆍAFP 통신에 따르면 27일 이집트 민주화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 수백명과 경찰 사이의 충돌이 발생했다. 23일부터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는 "무슬림형제단(무르시가 속한 정치단체)이 혁명을 가로챘다" "무슬림 형제단은 거짓말쟁이"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 밖에도 무르시의 권한 강화를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규정한 변호사들은 카이로 시내를 행진하며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요구 시위 당시 슬로건이었던 "국민들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는 카이로 외에도 지중해 연안 알렉산드리아주, 중부 지역인 나일델타주 등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됐다. 외신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일과를 마친 시민들이 시위에 대거 합류, 상황이 더 격화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날 시위가 반정부 시위대의 역량을 과시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시위 확산에도 불구 ▦법원이 대통령 결정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하고 ▦법원의 의회 해산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무르시 대통령이 26일 사태 해결을 위해 사법부 대표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포고령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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