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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의 속삭임 '스마트폰 채팅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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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들의 속삭임 '스마트폰 채팅 앱'

입력
2012.11.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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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27)씨는 2월 초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심톡'을 다운 받았다. 상대방의 번호나 ID등을 몰라도 다운만 받으면 이용자끼리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채팅 앱이 신기했던 김씨. 그는 무작위로 10대 여자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던 중 A(14)양을 알게 됐다. A양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가출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안 김씨는 "갈 곳이 없으면 재워주겠다"고 A양 등 10대 청소년 2명을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에 불러 잠이 든 A양 등을 성폭행했다. 성폭행 전과 3범인 또 다른 회사원 이모(53)씨는 5월 초ㆍ중ㆍ고교생들의 인터넷 펜팔 카페에 가입해 카페 게시판에 자기 소개와 함께 채팅 앱 ID를 올린 미성년자 B양(16)에게 문자를 보냈다. 가출해 잘 곳이 없던 B양은 이씨의 집을 찾았다가 악몽 같은 일을 겪어야 했다. 결국 이들은 최근 미성년자 성매매나 성폭행 단속에 나선 서울 강동경찰서에 덜미가 잡혔다. A양 등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스마트폰 채팅 앱이나 인터넷 펜팔카페를 통해 미성년자들을 접근한 뒤 용돈이나 숙식을 미끼로 불러내 성폭행한 성인남자가 8명이나 됐다.

미성년자들을 노린 성인남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앱이나 인터넷 펜팔카페를 이용, 청소년들에게 손쉽게 접근, 유혹하고 있지만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어 청소년 성범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광주의 모 고교 1학년 오모(15)양은 한달 전 인터넷 '초중고등생펜팔'카페에 나이, 이름, 취미와 함께 스마트폰 채팅 앱인 카카오톡(카톡) ID를 게시판에 올린 뒤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스마트폰에 "잘 곳을 제공해주겠다"거나 "용돈이 필요하니", "혹시 가출청소년?" 등의 메시지가 날아오는 경험을 했다. 오양은 "카페 가입 후 연락이 온 성인 남성이 5명"이라며 "호기심에 연락 온 사람과 만남을 가졌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ID나 연락처를 알아야 대화가 가능한 카톡과 달리 다운만 받으면 무작위로 타인과 채팅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도 '심톡' '부엉이쪽지' '두근두근 우체통' '하이데어' '1km' 등 수십여종에 달한다. 실제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채팅 앱(심톡)을 다운 받은 뒤 나이와 성별을 16세 여성으로 설정해 놓자 1분 후 자신을 서울 서대문에 사는 24살 남자라고 소개한 A씨는 스스럼 없이 "성 경험이 있냐" "20만원을 주면 잠자리가 가능하냐"는 요구해 왔다.

특히 미성년자들을 노린 성인남자들은 용돈이나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접근하는 터라 가출청소년들이 성범죄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전 차단해 보호할 방법은 전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사적 공간에서 둘만 오고 가는 대화를 적발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SNS기반의 앱을 다운 받을 때 성인인증을 반드시 거치게 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법령이 별도로 마련돼야 차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곽대경 경찰대 교수(행정학)는 "아동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앱의 불법적 이용을 차단하거나 규제할 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하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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