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망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묘가 매장 8년만에 발굴돼 유해 부검 절차에 들어갔다. 아라파트가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등의 세간의 의혹이 풀릴지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 스위스 러시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은 27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 위치한 아라파트의 묘를 발굴해 그의 유해에서 일부 조직을 떼어냈다. AFP통신은 발굴 작업은 철저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아라파트의 남은 유해는 같은 날 재매장 의식을 거쳐 다시 묻혔다.
조사단은 시신 조직에서 표본을 채취해 독극물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독일 dpa통신은 결과가 수일 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예 사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아라파트가 독살됐을 경우 유력한 독극물로 추정되는 폴로늄-210의 반감기(138일)가 다른 방사성 물질에 비해 훨씬 짧아 사후 8년이 지난 지금 검출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설사 방사능이 검출되더라도 자연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을 증명할 방법 역시 없다.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영웅이자 자치정부의 첫 수반이었던 아라파트는 2004년 10월(당시 75세) 감기에 걸렸으나 증세가 악화돼 프랑스 파리 인근의 군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다 11월 11일 숨졌다. 당시 아라파트의 부인이었던 수하의 요청으로 부검 절차는 생략됐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라파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이스라엘 정부가 그를 독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7월 알자지라 방송이 아라파트의 유품에서 폴로늄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독살설은 다시 신빙성을 얻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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