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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 쉽고 해지 어렵게 ‘두 얼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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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 쉽고 해지 어렵게 ‘두 얼굴 영업’

입력
2012.11.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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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남모씨는 2010년 말 4개의 보험을 한꺼번에 들었다. "내년부터 보험료가 많이 오른다"는 보험설계사 말에 솔깃해 급히 가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해가 넘겨 도착한 보험증권을 보니 보장범위가 설계사 설명보다 훨씬 좁았다. 화가 난 남씨가 수 차례 청약철회를 요청했으나, 설계사는 "3개월 안에는 무조건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며 처리를 자꾸 미뤘다. 남씨는 가입한 지 3개월째 되는 날에도 청약철회를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전산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계약 3개월을 넘기자 보험사 측은 "청약 철회는 안 되며, 해약금을 물고 해지를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 이후 보험증권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청약철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씨의 사례처럼 일부 보험사들은 고객의 청약철회 요구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일부러 관련 서류를 늦게 보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단 청약이 철회되지 않으면 보험사는 납입보험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다 청약철회를 거부해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소비자원이 2009~2011년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2,784건을 분석한 결과, 불완전판매에 따른 불만이 15.7%(437건)나 됐다. 불완전판매는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모집 후 약속 불이행, 청약서 대리 작성 등의 행위를 말한다. 소비자 대부분은 계약서와 보험증권을 받은 뒤에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보험인지, 설계사의 설명이 맞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비자원 조사 결과 28개 보험사(16개 생명보험사ㆍ12개 손해보험사) 중 35.5%가 청약일 7일이 지나서야 보험증권을 교부했고, 홈쇼핑 판매는 그 비율이 63.7%에 달했다. 교부방법도 수령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일반우편이 44.4%로 가장 많았다.

보험 표준약관에는 청약철회기간을 '청약일로부터 15일 이내(통신판매는 30일)'로 정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 보험품질보증제도를 통해 청약일로부터 3개월 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이마저 넘길 경우엔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다. 청약이 철회되면 납입보험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으나, 기간을 넘기면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이 아예 보험증권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30대 회사원 박모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년 전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았다. 카드회사와 제휴한 보험사라며 가입을 권유했지만, 박씨는 몇 마디 주고 받다가 거절했다. 그런데 최근 은행에서 통장정리를 하던 중 매월 3만원가량이 24개월 동안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보험사는 텔레마케터의 가입 권유에 "네"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보험 가입 사실을 전혀 몰랐고 보험증권도 받지 않았는데 돈만 빠져나갔다"며 소비자원에 신고했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청약철회 시작 기준일을 '청약일'로 정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보험증권을 받고 판단하기 전에 철회기간이 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약철회 시작 기준일을 '소비자가 보험증권을 교부 받는 날'로 바꾸도록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키로 했다. 황진자 소비자원 약관광고팀장은 "지금은 보험사들이 보험증권을 보내지 않거나 보험 청약철회를 일부러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벌칙 규정도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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