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확 비틀어버린 리어왕 vs 文革 회오리 속 줄리엣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확 비틀어버린 리어왕 vs 文革 회오리 속 줄리엣

입력
2012.11.27 12:41
0 0

고선웅 '리어외전'웃기다가 슬픈 '오락비극' 표방활동적 리어왕·맹랑한 코딜리어반전·유머 뒤 파격 결말 예고

티엔친신 '로미오와 줄리엣'"청춘은 인생의 혁명같은 시기젊은시절의 보편적 사랑 그릴 것"강렬 미장센·역동적 움직임 기대

연말 연극 무대에 셰익스피어와 셰익스피어가 맞대결한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리어외전'과 국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셰익스피어는 무대의 영원한 단골이지만, 이번 두 작품은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공통점말고도 연출가와 제작팀의 역량 때문에 주목을 끄는 기대작이다. 12월에 엿새 간격으로 나란히 막을 올린다.

두 편 모두 셰익스피어 원작과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리어외전'은 외전(外傳)이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듯, '리어왕'을 확 비틀고 재구성해 '오락비극'을 표방한다. 비극 속에 유쾌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가득 담겠다는 뜻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로 배경을 옮겨 사랑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마오쩌둥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홍위병들의 폭력이 판치던 그 시절,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두 가문에서 엇갈린 별의 운명이 시작된다.

한국과 중국의 뛰어난 연출가들이 각각 맡아 더욱 흥미롭다. '리어외전'은 '우리 시대의 기막힌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ㆍ연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뛰어난 미장센과 새로운 느낌의 연출 방식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연출가 티엔친신이 맡는다.

고선웅의 '리어외전'은 반전과 유머를 거듭하다가 원작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 결말을 예고했다. 특유의 입담과 역동적인 무대 연출로 이름난 그는 '연극 같기도 하고 연극놀이 같기도 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대한 원작을 리어왕과 리어왕 곁을 끝까지 지키는 충신 글로스터, 두 축으로 압축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원작보다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원작에서 어리석고 미친 노인처럼 보이는 리어왕은 젊고 강하게, 효녀 막내딸 코딜리어는 맹랑하고 톡톡 튀는 인물로 그리는 식이다. 못된 두 딸의 배우자는 티벳 성자를 꿈꾸는 음유시인과 무지막지한 깡패 같은 인물로 나온다. 아버지에게 내쳐진 코딜리어는 미싱질을 하며 살다가 짝을 만나고, 간교한 두 딸에게 버림받은 리어왕은 유기노인수용소에서 최후의 복수를 준비한다.

국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는 티엔친신은 중국국가화극원에 소속된 7명의 상임연출 중 유일한 여성이다. 중국의 주요 연극상을 휩쓴 그는, 2005년 한국연출가협회가 주최한 '아시아연극연출가 워크숍' 공연과 2006년 극단 미추의 창단 20주년 기념작 '조씨 고아'로 호평을 받으며 한국에 이름을 알렸다.

시대 배경을 중국 문화대혁명기로 바꿨지만,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간다. 중국 작가 레이팅이 각색했다. 연출가는 "청춘은 인생의 복판에서 일어난 대혁명과도 같은 시기"라며 "인류 보편적인 청춘의 사랑을 그리겠다"고 말한다.

배우의 몸과 동작을 섬세하게 연출하고 강렬한 색채 감각과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주는 '티엔친신표' 연극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 위에 산처럼 솟아오른 크고 붉은 지붕과 그 주변에 세워진 여러 개의 전봇대, 무술과 무용을 결합한 듯한 동작으로 시각적 충격을 주겠다고 한다. 배우들은 전신주를 타고 비상과 하강을 반복하며, 전봇대 전선을 타고 지붕 위와 동네를 넘나든다.

LG아트센터가 그동안 기획하거나 제작한 연극들은 참신함과 완성도로 신뢰를 얻었다. 국립극단도 2010년 법인으로 독립한 뒤 작품 수준이 크게 좋아져 연극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셰익스피어 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와 관객들은 어느 것을 더 좋아할까.

◆고선웅의 '리어외전'=12월 12~28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국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12월 18~29일 국립극장 대극장. 1688-5966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