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이 흘렀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1987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복지원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소설 를 출간했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발간 보고회에서 한종선(37)씨는 "이제는 나쁜 기억을 잊으라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의 한 사회복지시설이 거지나 노숙자, 부랑인들을 한 곳에 가두고, 1987년 폐쇄될 때까지 12년 간 51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희대의 사건이다. 배경에는 당시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명목 하에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사회정화 사업이 있었다. 한씨는 1984년 10월 16일 아홉 살때 열두 살이던 누나와 함께 복지원에 끌려가 3년 간 온갖 학대에 시달린 후 87년 나왔다. 그는 그후 고아원에서 지냈으며 지금까지 보상도 받지 못하고 직업도 갖지 못한 채 지내왔다. 누나는 당시 고문과 학대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당시 3,500여명이 수용된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 시설 형제복지원에는 실제 지체장애 수용자가 300~4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신체가 멀쩡한 상태로 끌려와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한씨는 "멀쩡한 사람들이 성폭행, 구타, 고문, 기합 등으로 정신이상자가 되거나 지체장애인이 되었고 불구가 되었지만 현재까지 어떤 피해 보상도 없었다"며 25년간 묻혀 있던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그는 "(책을 내면서)죽을 때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금껏 사이코패스가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한씨는 책에 직접 당한 고문 사실과 들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공동집필자는 전규찬 한국종합예술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이다. 전 교수는 국회 앞에서 억울하다고 외치며 1인 시위를 하던 한씨를 만나 책을 출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히며 "한 사회가 개인을 삭제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이사는 "과거사 청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치적 관심사가 큰 사안에만 관심이 기우는 것도 문제"라며 "형제복지원 사건 말고도 양지마을, 에바다농아원 사건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만 받고 사회복지시설로 복귀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원생 1명이 구타로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체가 사회에 알려져 폐쇄됐다. 하지만 당시 국민포장,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고 수십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박인근 원장은 2년 6개월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났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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