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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공항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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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인천공항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입력
2012.11.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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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 공기업이 다른 공기업 사장을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이 참)가 고소인으로,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적자를 기록,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통해 관광공사 임직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이번 고소 사건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 민영화(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관광공사의 반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효율성을 내세워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해온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핵심 업무에 집중,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며 "관광공사 후임 사업자 입찰 공고를 곧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는 결국 효율성이냐 공적 서비스냐의 문제로 모인다. 오현재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은 "관광공사는 면세점 사업을 통해 올린 수익을 고스란히 한국관광진흥을 위해 재투자 했지만 재벌면세점들은 공익 목적에 돈 한 푼 낸 적이 없다"며 "외산품 판매에 주력하는 민간에 사업권을 넘길 경우 국내 토산품은 공항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 우리나라의 얼굴이기 때문에 토산품 판매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이 때문에 관광공사가 면세점을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필요한 경우 입찰 조건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면 되고, 면세점은 민간부문에서 활성화 돼 있는 만큼 관광공사는 면세점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부분 활성화 된 사업 축소 바람직… 관광공사, 고유의 업무에 역량 더 쏟아야"

●찬성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선택과 집중'추세에도 역행

중소기업으로 입찰 제한땐 과점 개선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진흥, 관광자원 개발, 관광산업의 연구ㆍ개발 및 관광관련 전문인력의 양성ㆍ훈련에 관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1962년 국제관광공사로 창립되어 선도사업으로 관광사업체를 직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다가 1975년 관광진흥 및 홍보로 주요 사업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관광사업은 굴뚝 없는 환경친화적 산업이며 부가가치율 및 파급, 연관효과를 감안하면 그 효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 외국인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고 이들 관광객으로 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점 매출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의 부가적인 국부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참 사장 리더십 하의 관광공사 역할이 막중함을 알 수 있다.

이명박정부는 공공기관선진화라는 브랜드의 공기업개혁프로그램을 통해 공공기관들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부가적인 업무를 통해 조직의 확장이나 매출의 확대를 도모하려는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핵심기능인 관광진흥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비핵심기능을 축소하도록 했다. 왜 공공기관의 비핵심기능이 축소되어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민간부문이 활성화되어 있거나 설립목적의 달성 등으로 더 이상 공공부문에서 존치할 필요가 없거나 약화된 기능은 폐지 또는 기능 축소를 통해 고유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자 함이다.

실제 관광공사는 목포항, 속초항, 무안공항, 청주공항 등 면세점 운영을 중단했고 제주 중문단지의 골프장, 해남화원단지, 내장산리조트 등을 매각했거나 매각하는 과정에 있으며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국가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보조(2012년 1,330억원)를 통해 관광진흥사업을 하도록 설립된 준시장형 공기업이 민간과 경쟁을 통해 관광사업체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공정경쟁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OECD 공기업작업반에서도 공기업의 영역과 민간기업의 영역은 엄밀하게 구분하되 공공성을 이유로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자율적인 경쟁을 저해하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최근 내년 2월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관광공사 직영 인천공항 면세점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해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의 얼굴이고 따라서 우리의 토산품 판매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이러한 면세점을 한국관광공사가 계속 직영해야 한다는 논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필요한 경우 입찰의 조건을 명시할 수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 면세점이 신라와 롯데라는 대기업위주 과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박재완장관의 국정감사 시 답변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바 시내 12개 면세점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나머지 면세점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게만 입찰 자격을 주려고 하는 정책은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는 이번 이 참 관광공사 사장이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사태를 계기로 공기업의 재무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터전은 회계정보의 투명성이다. 어떻게 관광공사의 면세점 운영사업성과가 2008~11년 4년간 42억 흑자인 것이 지난 5년간 51억 적자로 오해가 생기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기금회계와 공기업 고유계정간의 구분회계가 불분명해서 생긴 문제라면 차제에 엄정한 정책적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조직의 핵심역량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민간은 민간의 차원에서 부지런히 K팝과 세계적인 기업을 더 한층 키워나가고 공공은 공공의 차원에서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태는 균형있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공사 수익 전액 공익재원으로 투자… 재벌면세점서 외면 국산 판매 증진도"

●반대 오현재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5년간 매년 수십억 흑자

비효율성 주장도 앞뒤 안맞아

면세사업은 국가가 징세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에 따른 영업특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국가가 사업자에게 특별혜택을 준 특혜사업이다. 특혜사업의 수익은 일정 부분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광공사는 '면세사업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의거해 1964년부터 면세점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제까지 총 2조원 내외에 달하는 수익을 모두 한국관광진흥을 위해 재투자 했다. 오늘날 1,000만 외국인관광객 유치의 토대가 된 것이다. 아울러 관광공사는 수익금으로 제주 중문관광단지,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을 개발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면세시장의 80%를 독과점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 등 재벌면세점들은 어떤가.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중 단 한 푼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 누가 국가경제에 더 착한 면세점인가?

민간기업 면세점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은 '국산품 왕따'이다. 수익창출이 민간기업의 숙명이기 때문에 마진이 많이 남는 외산수입품에 집착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과 2011년 대한민국 면세시장 총 매출의 82%가 외산수입품으로 채워졌고 단지 18%만이 국산품 매출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에서 판매된 외산수입품 매출액은 약 4조4,000억원이었다. 이 중 약 50%를 평균 매출원가율이라고 가정해 보면 약 2조2,000억원이 외산품 수입을 위한 해외상품 대금으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면세로 인해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에,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국산품 판매비율을 약 40% 정도로 유지하며 국산품 보호 및 판매증진에 한 몫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무턱대고 수익만을 추구할 수 없는, 공익성도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이라는 숙명 때문이다. 누가 국가경제에 더 이로운가?

기획재정부는 관광공사는 공기업이고, 공기업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비효율적인지 효율적인지 여부는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이 수익을 냈는지 못 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인천공항면세점 전체 면적 중 약 16%를 점하고 있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영업이익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4년간 42억원이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으로 보자면 365억원의 흑자다. 올해에도 수 십 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관광공사 면세점은 버젓이 수익을 올리고 있고, 이 수익은 모두 한국관광진흥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 8일 국감에서의 주목할만한 발언은 "인천공항 같은 경우엔 아직도 해당 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재정부 장관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들은 전체 면적 중 약 84%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와 롯데라는 말인가? 지난번 국감에서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면세점이 지난 4년간 약 48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비효율의 상징이라던 공기업은 흑자를 내고 있고, 효율성의 상징이라던 민간기업들은 적자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재정부의 선진화 논리는 공기업인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적자를 내는 것으로 보이는 인천공항 내 롯데와 신라에 적용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유동인구가 적은 공항 서편에 배정되었고, 롯데와 신라 등 재벌면세점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출국객들이 선호하는 인기 면세상품(향수, 화장품, 술, 담배 등)을 팔 수 없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이는 관광공사가 이미 50년 가까이 면세점을 운영해 온데 따른 영업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라는 재정부와 관변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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