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에는 부부와 세 아이가 산다. 낮에는 자주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면 악에 받친 울음소리도 들린다. 화장실 환풍기 구멍을 타고 변기 물이 내려가는 소리, 양치질을 하며 웩웩 거품과 침을 뱉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다행히 나는 층간소음에 예민한 편은 아니다. 실은 은근히 즐기기까지 한다. 나는 고개를 들어 저 집 꼬마가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뛰어갔을지 방향을 짐작해 본다. 울음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대략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떼를 쓰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여자는 지치고 화가 났을 것이다. 밤늦게 귀가하여 혼자 거울을 보며 이를 닦는 남자는 아랫집 여자가 자신의 양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수능이 있었던 몇 주 전의 어느 날은 새벽까지 흑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데면데면 마주칠 때는 어린 여학생인 줄만 알았는데, 고3 수험생이었나 보다. 시험을 얼마나 망쳤길래 저토록 몇 시간째 우는 걸까. 천장 너머로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냥 한참 위를 올려다보다가, 팔에 얼굴을 묻고 책상에 엎드려 시험, 제기랄 것, 하고 속으로 욕을 해보았다.
오늘은 수능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라 한다. 부디 윗집 여자애가 오늘밤은 울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윗집 열아홉 살들이, 모든 아랫집 열아홉 살들이, 모든 옆집 열아홉 살들이, 울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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