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청구된 전모(30) 검사의 구속영장이 26일 밤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이 사태를 조기 매듭지으려고 무리하게 법 적용을 한 결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혐의에 적용된 뇌물죄에 한하여 보면 그 범죄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 피의자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 부장판사는 특히 "상대여성에 의해 당시 상황이 모두 녹취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고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에 비춰 도주 우려도 크지 않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검은 "피조사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뇌물죄 처벌 판례가 이미 다수 있고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충격과 비난에 비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영장기각으로 즉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앞서 전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A씨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A씨 측 변호사는 뇌물수수 혐의 적용에 반발, "이번 사건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검찰이 전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성범죄 피해자인 A씨가 성적 향응을 제공한 뇌물공여자가 된다면 향후 언론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 검사는 절도 혐의를 받고 있던 여성 피의자 A(43)씨를 지난 10일 오후 서울동부지검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검사는 또 지난 12일 퇴근 후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유사 성행위를 하고 서울 왕십리 한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측은 검사실과 전 검사의 승용차, 모텔에서 전 검사와 나눈 대화 내용과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휴대폰으로 녹음한 4~5시간 분량의 파일 6개를 대검 감찰본부에 제출했다. 전 검사는 A씨에게 휴대폰 통화내역 삭제를 강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