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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악기 선율… 판타지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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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악기 선율… 판타지에 빠졌어요"

입력
2012.11.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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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도대체 뭔데?"

회사원 장도완(33)씨가 취미로 류트를 배운다고 말하면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류트는 기타의 전신 격인 서양의 고악기다. 장씨가 석 달 째 류트에 빠지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장씨는 2000년대 초 라그나로크가 출시될 때부터 게임에 빠진 마니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악기는 뭐지?'하는 호기심이 그의 귀를 열게 했다.

라그나로크는 온라인에서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접속해 저마다의 캐릭터를 맡아 참여하는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고대 유럽 켈트족 신화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여행을 해 나가는 형식인데 이런 판타지 스토리에 맞게 배경음악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게임 못지 않게 그 음색에 빠진 장씨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뒤에야 배경음악에 쓰인 악기가 류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씨는 "류트 특유의 깨끗하고 환상적인 음색에 매력을 느꼈다"며 "직접 연주도 하고 싶어 동호회에도 가입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류트 제작기술까지 배워 온 국내 유일의 류트 전공자인 경희대 교육대학원의 김영익(55) 교수는 "2003년 귀국했을 때만해도 어떻게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경희대만 해도 4개의 고악기 강습 과정이 있다"며 "정식 학위 과정이 아닌데도 2007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꾸준히 강습생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양 고악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진 데는 온라인게임이 큰 몫을 했다. 고악기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김강배(29)씨는 "마비노기나 라그나로크와 같은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고악기의 매력을 이미 알 것"이라며 "내가 활동하는 동호회에도 게임을 하다 고악기와 친숙해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게임음악 전문 작곡가와 같은 꿈을 위해 고악기를 배우는 이도 있다. 고악기를 사용한 곡이 온라인 게임 배경음악에 많이 쓰이면서 대중화한 덕이다. 실용음악 전공자로 9월부터 류트를 배우고 있는 한석윤(30)씨는 "앞으로 게임시장이 커지면 게임음악도 더 전문화될 것"이라며 "고음악으로 만든 게임 배경음악 전문 작곡가가 돼 '게임음악 한류'를 만드는 게 꿈" 이라고 말했다.

서양 고악기 마니아층은 비단 류트 뿐만 아니라 오르파리온(류트 보다 큰 현악기), 비올라다감바(첼로의 전신)에도 형성되고 있다. 연세대 평생교육원에서 고음악을 가르치는 박승희 바흐솔리스텐서울 음악감독은 "매 학기 30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있다"며 "최근에는 동호회까지 속속 생겨날 정도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음악 전공자가 참여하는 비율이 적지만 고악기 전공자 등 세분화된 전문가가 늘어난다면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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