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의 외딴 산자락. 금강이 끼고 도는 모양이 오리의 목을 닮았다 해서 '올목'이라 불리는 그 곳에 시와 그림이 함께 사는 집 '시화동방(詩畵同房)'이 있다. 홍성규(72) 시인과 박명자(66) 화가 부부는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16년 전 이 집에 들어왔다. 27일 밤 11시 40분 KBS 1TV가 방송하는 '세상 사는 이야기'는 이들 부부의 청산별곡을 소개한다.
부부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여러 곳을 보고 다녔다. 하지만 여울물소리가 들리는 금강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태를 뽐내는 이곳에 견줄 곳은 없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녹수청산(綠水靑山)을 벗하면서 아내의 그림 속엔 자연스럽게 물가의 오리들과 언덕의 소나무가 들어와 앉았다.
하지만 문제는 전시공간이었다. 부부는 살림집의 세간을 들어내고 안방과 거실 벽에 그림을 걸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살림집 미술관 1호가 탄생한 셈이다. 그렇게 차려진 살림집 미술관 곁에는 닭들이 뛰어다니고, 오리가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견공들이 유유자적 꼬리를 흔들며 여물어가는 가을 배추밭을 구경한다.
도시의 은행원 생활을 그만두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 홍성규 시인. 부창부수라고 반대할 줄 알았던 화가 아내는 남편의 건강이 좋아질 기회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단다. 그러나 도시생활만 해온 아내에서 자연을 벗하고 텃밭을 일구는 생활은 녹록지 않다.
수입이 없으니 땅만 보고 살기는 여느 농부와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쉬울 건 없다. 씨 뿌려 채소 가꾸고, 산에서 약초를 캐는 등 알토란 같은 삶의 재미가 올망졸망하다. 부부는 "행복해지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다"라고 말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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