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고문 상황까지만 다뤄"다음 내용은 신중한 평가 필요"김 전의원 부인 인재근 의원"자서전 착각 들 정도 사실 충실"
"쓰면서 눈물 나지 않는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위엄을 가진 한 인간의 생애를, 어떤 예술가보다 순정하게 살았던 영혼을 제대로 그려냈을까 두렵다. 1년 동안 혼신을 다해, 많이 울면서 썼다."
소설가 방현석(51)씨가 지난해 작고한 김근태 전 의원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을 책으로 내면서 26일 털어 놓은 소감이다.
김 전 의원의 1주기(12월 30일)를 앞두고 출간된 (이야기공작소 발행)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김근태)'가 병실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방씨는 지난해 김 전 의원이 병석에 있을 때 그의 일생을 정리해보자는 주변의 권유로 이 작업을 시작해 직접 이야기도 듣고 40~50명을 취재했다고 말했다. 소설적 완성도를 위해 중요하지 않은 대목 약간 고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내용이 취재한 사실"이다. 이날 출판간담회에 동석한 김 전 의원의 부인 인재근 의원도 "소설이라기보다 자서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꾀 많은 교장선생님 댁 막내이던 유년, 집안 부담을 덜기 위해 입주과외교사를 하면서 경기고 다닌 고교 시절, 경제학을 공부해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가난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 만드는데 보탬 되려고 서울대 상대 진학해 운동권 대학생이 되고 수배자가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야기는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그려내고 있는 고문 상황까지를 담고 끝난다. "그 다음 내용은 자료는 많지만 좀더 신중한 평가가 필요"해 후일로 미뤘다.
"문체나 문장, 소설 속의 어투도 고인의 말투를 그대로 닮으려고 애썼다"는 그는 김근태식 말투란 예를 들어 "제일 화났을 때 하는 가장 큰 욕이 '저 사람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거 같아'"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일에 대한 영향을 숙고한 다음 발언하는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작가는 또 김 전 의원을 "얼마나 서민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살았는지 (정치적으로)상품화할 소재가 한도 끝도 없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며 "자기 상황을 팔아 동정 받는 것을 천박하게 생각하는 깊이 있고 품위 있는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방씨는 "우리 역사가 어떤 사람의 피와 눈물과 희생을 통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문재인 안철수도 봤으면, 특히 젊은 세대가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왔고, 가야 할 길, 그 속에서 각자 져야 할 몫은 무엇인지(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떤 인간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서 왔다면 이제 그 짐을 나눠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상명 교수 '하나가 되지 못하면…''남영동' 이후 김근태의 삶이 한국정치에 던지는 메시지
김범수기자 bskim@hk.co.kr
학생운동 시절 김근태 당시 민청련 의장과 인연을 맺은 뒤 경제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한반도재단 설립ㆍ운영에도 참여한 최상명 우석대 교수가 (푸른숲 발행)을 냈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본 일화를 중심으로 김근태라는 존재가, 그의 삶이 한국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정리한 책이다.
그가 온몸으로 지켜내려 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민주주의의 전선에서 우리는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역설하는 '우리의 전선은 시장에 있다'와 그의 유언과도 같은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김근태의 시대정신'으로 나눠 정리했다. '남영동' 이후 정치인 김근태의 삶과 정신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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