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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다시 궁금해진 안철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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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다시 궁금해진 안철수 생각

입력
2012.11.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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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비가 그친 뒤 찬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자 아직 가지에 붙어 늦가을 정취를 한껏 돋우던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흩날려 떨어졌다. 한철 왕성한 푸르름을 구가했던 나뭇잎들이지만 계절의 순환에 따라 수명을 다하고 몸을 날리는 모습이 자못 비장해 보였다. 대선 후보를 전격 사퇴하고 지방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도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면 생각이 참 많았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 판세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그러나 대체로 문 후보 열세의 형세가 두드러진다. 후보 단일화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철수 지지자의 50% 가량은 문 후보로 옮겨갔고 나머지 50% 중 20% 정도는 박 후보 지지로, 30% 가량은 판단 유보 부동층으로 빠졌다. 그 동안 한 자리에 머물던 부동층 비율이 20% 안팎으로 늘어난 게 이를 잘 뒷받침한다.

12월 대선 승패는 이 부동층의 향배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키는 안 전 후보가 쥐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서울시장 보선 정국에서부터 일기 시작했던 안철수 바람, 안철수 현상은 후보 사퇴로 일단 멈춘 듯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계속 진행형인 셈이다. 안 전 후보가 남겨 놓은 중도 부동층 쟁탈전이 벌써부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1차적으로는 안 전 후보가 지방 휴식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 후보지원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하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라고 했다.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 지원을 호소한 건 분명하지만 자신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지원에 나설지는 말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것은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이다. 가까스로 단일후보를 얻어냈지만 안 전 후보 지지층을 큰 이탈 없이 끌어안지 못하면 무난하게 패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공동선대위원장단이 총사퇴하고 안 전 후보 진영 인사들을 받아들여 대통합선대위 구성을 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 후보도 안 전 후보의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패인 골과 쌓인 불신이 만만치 않아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노력이 얼마나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틈을 본 새누리당의 공세도 치열하다. 안 전 후보가 외친 새 정치를 실천할 적임자는 박 후보라거나, 민주통합당의 노회한 구태정치 행태 때문에 안 전 후보가 사퇴했다고 이간 공세를 펴기도 한다.

낙엽 따라 이리저리 구르고 있을 지금 이 시간의'안철수 생각'이 참 궁금하다. 정치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대선출마 선언에서 사퇴까지의 66일을 복기하며 새로운 진로를 구상 중일까.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한 사퇴선언의 일부대로라면 후자 쪽일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그 '안철수 생각'에 '문재인의 운명'이 달려 있다.

본인의 생각이 무엇이든 지난 1년여에 걸쳐 국민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에너지원으로 거세게 일었던 안철수 바람은 이미 기존 정치판도에 상당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다. 안 전 후보 자신도 그 기간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관중석에서 본 정치와 링 위에 올라 직접 부딪친 현실정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뼛속 깊이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추동한 정치혁신을 실제 정치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정치근육이 필요하다는 것도. 겨울은 선수가 근력을 키우기 좋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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