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배우자 선택과 대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배우자 선택과 대선

입력
2012.11.26 12:00
0 0

살다보면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를 맞이한다. 사랑의 결실이며 새 인생의 시작이다. 게다가 자주 할 일도 아니니 어떤 결정도 쉽지 않다. 이 무기한 배타적 계약관계의 선택 어떡하면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들로 다음을 제시하고는 한다.

먼저 둘이 어디를 보고 있는가다. 한참 불타는 연애를 하고 있을 때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다른 곳은 보이지 않고 오직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면 '내가 지금 이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이 기쁘고 행복할 따름이다. 시간이 지나 안정감을 갖고 지금 이 사람을 계속 쳐다보지 않아도 그가 내게 실망하거나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 나면 시선의 방향이 바뀐다. 이제 둘이 함께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이다. 상방 15도 정도로 먼 곳을 내다보며 지금 바라보는 거기가 같이 갈 만한 길이라 동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길을 가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될 파트너가 될지를 그려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시점의 변화가 왔다면 결혼을 할 만하다.

두 번째는 이게 최선일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만나왔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는 괜찮아 보이지만 앞으로 더 나은 누가 나타날 것만 같다.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만 같다. 이 고민은 더 나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찾는 것은 지금은 불가능할 수 있다는 프레임의 변화로 극복해야한다. 선택이 최선이었나는 시간이 지난 다음 밝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앞둔 시점에 치열하게 해야할 고민은 '절대 피해야할 최악이라 할만한 결격사유'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손실혐오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노력보다 손실을 회피하는 것에 더 많은 가중치를 준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장점보다 치명적 단점에 눈을 기울여야 '저 사람이 정말 싫다'는 마음에 사로잡힐 비극에 빠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세 번째 결혼이후 포기해야할 것들을 감내할 만한 상대인지 여부다. 결혼을 하면 아직 피어나지 못한 개인의 사회적 성취의 속도도 더뎌지거나 많은 부분 연기해야한다. 특히 여성들은 이런 고민이 깊다. 이럴 때 그런 불안은 감수할만큼 상대를 원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결혼은 결국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 사랑이란 긴장으로 가득찬 이기적 관계이기에 결국 나를 위한 고민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안정적 관계에서 서로 원하는 것을 투사하고 그것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며, 반응이 돌아왔을때 희열을 경험하는 그런 선순환이 안정적으로 반복재생산되는 것이 좋은 결혼관계다. 잃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닌 도리어 내게 도움이 되는 안정적 재생산의 새로운 공정을 만들 수 있을 관계인지 치열한 고민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나를 넘어서서 동시에 상대에게도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을 해봐야한다. 일종의 팀플레이어야 한다.

아침부터 왠 주례사같은 이야기냐고? 우리 국민이 한 사람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란 국민이 최소 5년간 함께 동고동락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때 어디 출신이니까, 난 원래 지지자라는 단순한 일차 방정식 말고, 배우자를 선택하듯 치열하게 다양한 방면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틀린 선택이 큰 고통을 오랫동안 준다는 것은 결혼이나 대통령이나 매한가지다. 더욱이 미운 배우자는 집밖을 나가면 보지 않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한국에 사는 한 광범위하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또 결혼은 당사자만 합의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오천만 국민과 한 사람의 관계이기에 간단히 이혼을 하지도 못한다. 배우자 선택의 반의반만큼 성의를 갖고 고민을 하고 투표를 하면 좋겠다. 그 정도 각오로 치열하고 신중한 고민을 해야할 때다. 3주는 짧고 5년은 길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