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자로 살면서 한번쯤 들어보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 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질하지 말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며, 몸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얘기로 손과 혀 등 신체의 끝 부분에 위치한 세 곳을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비단 한국 남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서 이 부분을 잘못 사용했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흔히 봐왔다. 지금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검사들의 세 가지 오용 사례는 매우 심각하다.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난 전모 검사는 몸을 함부로 놀린 경우다. 그는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그의 이 같은 행위가 뇌물수수 인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할 일이겠다. 다만 과거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성(性)도 뇌물에 해당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사람의 수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유ㆍ무형의 이익을 뇌물에 포함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김광준 전 검사는 손끝을 조심하지 못해 구속된 경우다. 김 검사가 업체 등에서 받은 돈만 10억 원이란다. 김 검사는 다단계 사기왕 측근, 대기업 오너 등 약점이 있는 곳에서 거액의 돈을 받았다. 게다가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김수창 특임검사는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이유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 중 의사가 간호사보다 더 낫기 때문에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다"는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말을 함부로 한 경우로, 앞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어제부터 일선 검찰청의 평검사들이 잇따라 회의를 열어 한상대 검찰총장 등 수뇌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검찰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검찰 내부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벌어지는 상황이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별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것은, 하늘에서 별이 스스로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하듯, 공정한 외부 기관이 검찰의 일탈을 말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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