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의 아내로 살면서 그 동안 자연과 하나되는 기쁨을 누렸는데, 시를 쓰면서 또 다른 행복감을 느꼈죠. 제가 행복해지니 가족 모두 시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고려청자 명장인 도예가 세창 김세용씨의 부인 이순이(56)씨가 2010년부터 써온 시를 묶어 첫 시집 을 냈다. 김씨는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 당시 ‘2중 투각국화과형 화병’을 빚어 선물한 청자 명장이다. 달라이라마 왕궁, 청와대에도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10여년 전 월간 문예지 에 수필로 등단한 이씨는 도예가의 부인으로 살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그 동안 수필과 시로 빚어 왔다. 도자기가 1,300도의 가마 속에서 긴 시간 끝에 흙에서 비색의 청자가 되듯, 이씨가 겪은 삶의 애환은 시어를 통해 희열로 치환된다.
시집에 담긴 시 속에는 남편의 청자 작품과 문양까지 녹여내 흥미롭다. ‘불꽃소리/ 타다닥/ 새벽에/ 고요를 깬다.(중략)달빛 속 하얀 눈꽃/ 오로라 되어/ 의연히 선정에 드니/ 흙에서 빛으로/ 영원을 사는 도자기로 변신한다’(‘흙에서 빛으로’ 중)
따시최된(등불이란 뜻의 티베트어)이란 호를 사용하는 이씨는 “작은 티벳 승려 마을에서 수행을 위해 남인도에 머물고 있다”며 “함축된 언어인 시는 버리고 버려서 얻는 선(禪)의 세계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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