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 대선 3주전인 지난 10월 13일 주례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한국 고속도로에서 미국산 자동차를 더 많이 보게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도 불구,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부진 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업계에선 오바마 행정부 2기 출범을 계기로 자동차부문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따질 때 미국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FTA는 원산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시장점유율을 따질 때 원산지 아닌 브랜드별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국내에서 7,939대의 자동차를 팔아 수입차 시장 내에서 7.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산(도요타 혼다 닛산 등)과 독일산(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츠 등)에 크게 뒤지는 상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브랜드 아닌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은 17.3%(1만8,584대)에 달한다. 한미 FTA발효 이후 도요타 혼다 등 일본브랜드들이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들여와 국내 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의 경우 국내 판매하는 모델의 절반 이상을 미국산으로 교체했는데 ▦신형 어코드와 크로스투어는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오딧세이와 파일럿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든 물량이다. 한국도요타 역시 지난해 말 미니밴 시에나를 시작으로 뉴 캠리, 벤자 등 미국공장에서 만든 3개 모델을 선보였으며, 내년에도 대형 세단 아발론을 미국산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국닛산이 최근 출시한 신형 알티마 또한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다.
폴크스바겐코리아도 올 하반기 신형 파사트를 출시하며 미국에서 생산된 차를 갖고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도 신형 M클래스를 자사 모델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수입ㆍ판매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X1ㆍX3ㆍX5 등 주력 SUV를 미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TA는 기본적으로 원산지가 기준인 만큼 일본메이커든 독일메이커든 미국공장에서 만들었으면 미국차로 분류하는 게 맞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 행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낮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올해 약 10%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자동차가 1% 이상은 되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브랜드 기준으로 보면 미국시장 점유율이 10%에 달하지만, 이중 절반은 미 현지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순수 한국산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FTA가 발효됐으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FTA시대에도 브랜드별 점유율을 따지는 미 행정부의 주장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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